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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증이 미흡할 수 있는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바람의 냄새가 바뀌다 일제가 고국을 점령한 지 얼마나 지났는가. 일제 치하에 살며 하루하루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것도 수 년째. 우리는 아직도 언젠가 우리에게 돌아올 그 봄을 기다리고 있다. ❀ 만주로 가기 위한 기차를 타기 위해 경성역으로 가는 발걸음을 멈춘 것은 그때였다. 이 고국에는 봄이 오지 않았지만 벌써 오얏꽃이 피는 계절이 다가왔나 보다. 오얏꽃이 가장 화려하게 핀 날, 오얏꽃이 붉게 졌다. 환하게 핀 오얏꽃은 붉게 물들어 많은 이들의 피눈물이 되었지. 깊은 뿌리를 박고 있던 500년은 처참하게 시들어버리고 말았다. 져버린 꽃. 그 곁을 옆에서 지키지 못한 아득한 슬픔이란. 한 사람의 욕망이 욕심을 만들고 그 욕심은 또 야망을 만들어 하늘에 떠있는 태양을 떨어트렸다. 그렇게 조선은 일제의 손아귀에 힘없이 굴러들어갔다. 누군가는 환호성을 질렀다. 누군가는 공허하게 서있었고, 누군가는 슬픔을 울부짖었고, 또 누군가는 고통 속에서 몸부림을 쳤다. 그런 시대가 와버린 것이다. 약탈을 강행해도 빼앗겨 버리는 것이 당연하게 된 시대. 옳고 그른 것의 경계선이 흐릿해져버린 시대가 하루아침 사이에 와 버린 것이다. 이런 혼돈으로 가득한 시대 속에서 피어난 오얏꽃처럼 수수한 사랑은 피어나고 있노라. 바람의 냄새가 바뀌다 -빠아아아아앙 만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싣고 멀어지는 경성역을 말없이 바라만 보았다. 점차 작아지는 경성역 너머로 흩날리는 오얏꽃들의 향연이란. 경이롭기 그지없다. 이 땅에서 나고 자란 것들은 모두 가녀리고 어여쁘기 그지없었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너무나도 약해빠진 것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약한 것에는 강인한 생명력이 깃들어 있는 법이다. 강한 바람이 불어와도 약하디 약한 풀잎들이 살아남는 것처럼. 이 고국은 나약해도 힘은 있는 나라다. 밟아도 밟아도 죽지 않는 잡초. 그것이 이 대한 제국인 것이다. ❀ “어서 오시오. 먼 길 오느라 고생이 많았소.” “아닙니다. 불러주셔서 영광입니다. 단장님.” 단장은 상처 많은 거친 손으로 도희의 어깨를 두드렸다. 보잘 것은 없지만 잘 부탁하오. 단장이 호탕하게 웃음을 흩날렸다. 아직 3월 말. 눈조차 녹지 않은 곳. 찬바람이 코 끝을 스쳐가도 추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얏꽃이 피는 경성과는 다른 거칠고 마른 풀들이 어울리는 곳. 경성에서 묵었던 따스한 숙소보다 움집과도 같은 낡은 숙소가 빈번하게 늘어져 있는 곳. 쾅. 커다란 굉음 소리가 들려온다. 그제야 실감한다. 이곳이 경성이 아니라는 것이. “잘해야 돼. 박도희. 여화가 온 힘을 다해 날 이쪽으로 보내주었으니까.” - 일제에 의해서 부모형제를 모두 잃었다. 그때는 복수심으로 가득 차 무작정 힘도 없이 달려들었던 것이 전부였던 때. 그 어린 것이 무슨 힘이 있다고 무작정 그들에게 달려들었을까. 하지만 도희는 후회는 하지 않는다. 덕분에 기생집 춘화(春花)관 단주 심여화에게 발견되었더랬다. 춘화관. 낮에는 커피숍, 밤에는 기생집으로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여화는 혀를 치며 그녀의 일꾼들에 의해 처참한 몰골로 실려오게 된 도희는 그때부터 여화는 도희에게 춤과 가야금 등을 익히게끔 훈련을 시켰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의열단 일원이었던 여화는 도희에게 춘화관 소유에 있던 뒷산에 데려가 승마술과 검법, 그리고 총 잡는 법을 알려주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도희에게 여화는 한 줄기 빛이자 희망. 모두가 안 된다고 말하는 시대에서 유일하게 된다고 말하던 사람. 그에게 유일하게 손을 뻗어준 사람. 그자가 바로 여화였다. “너는 왜 독립운동을 해?” 집중 사격 연습을 하고 있을 때 즈음이었을 것이다. 여화가 도희에게 처음으로 원초적인 질문을 던져온 것은. 사격 연습을 멈춘 채 도희는 그를 쳐다보았다. 왜냐니? 무미건조하게 내뱉은 말에 여화는 새침하게 웃어 보였다. “신기하잖아. 너처럼 무식하게 헌병에게 달려들었던 사람. 최근 들어서 본 적 없었거든.” 가지고 있던 총을 한 바퀴 돌리며 홀스터 안에 집어넣은 도희는 제 몸집보다 커다란 정장을 탁탁 털며 쓰러져 있는 통나무 위로 앉았다. 양반다리를 하며 입에 담배를 물고서 마치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하나 고민이라도 하듯이 곰곰이 생각에 잠기었다. “복수하려고.” “그게 다야?” “응. 사실 독립운동? 전혀 관심 없었어.” “흐음…. 그래? 단지 복수심만으로 그렇게 불나방처럼 뛰어든다고? 너도 참 웃긴 애다. 그래서 더 재밌어.” 쉽지 않은 일을 하네. 혼잣말을 내뱉던 여화는 도희의 손에 들려있던 담배를 빼앗아 제 입으로 가져갔다. 화려한 치마를 몸에 휘감고 담배를 무는 여화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저 화려한 모습 뒤에 어떤 사연이 있어 이런 위험한 일에 뛰어들게 되었는지. “그럼 넌? 왜 해?” “뭐, 나는 거창한 사명감이 있다고나 할까? 우리 집은 친일파 집안이라, 지긋지긋하달까.” “…뭐?” “왜, 갑자기 달라 보여? 난 그 집 안에서 춘화관으로 팔려온 사람이야. 내 아비의 심장에 칼을 꽂으려 했거든.” 실패해서 머리채 잡힌 채 팔려왔지 뭐. 여화는 제 머리에 꽂힌 머리 비녀를 뽑고서 비녀 안에 숨겨진 은장도를 꺼내 살기 어린 눈빛을 빛내었다. 아마 저 기세로 춘화관의 단주까지 되었겠지. 긴 머리를 풀고서 담배를 다시금 무는 여화의 모습은 여전히 고혹적이었다. 멍하니 넋을 놓고 바라보는 이에게 눈길을 쓱 주고서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새초롬하게 웃어 보이며 도희를 쳐다보았다. “친일파 처음 봐? 요즘 시대에 제법 흔할 텐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나는 친일파 자손이야.” “근데? 지금 너는 독립운동가잖아. 지금의 네가 중요한 거 아니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훈련이나 다시 하자.” 일부러 더 센 척을 하며 말한 것도 있을 것이다. 은장도를 잡은 여화의 손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을 보았기 때문. 아무리 제 아비가 친일파여도 피를 나눈 제 가족을 찔러야 하는 여화의 심정이란. 결코 도희는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여화 역시 일제에 의해 가족을 잃어버린 도희의 복수 어린 심정을 헤아릴 수 있으랴. 흔들리는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여화의 시선을 느낀 도희는 이내 모르는 척 시선을 피했다. 소쩍새가 우는 사연처럼 지금 이 시대에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 싶었다. ❀ “안녕하십니까. 여화동지의 소개로 들어왔습니다. 박도희라고 합니다.” “여기서 심여화 동지 하나면 됐지, 계집을 또 받습니까? 단장?” 여화는 이와 같은 분위기를 어떻게 견뎠을까. 친일파 집 안의 여식. 제아무리 제 손으로 아비의 심장에 칼을 꽂으려 했다 해도, 조금의 움직임 자체로도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시대. 밀정으로 오해받기 딱 좋은 상황 속에서 여화는 생각보다도 더 외로웠을 거라고 생각했다. “왜 남자만 독립운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뭐?” “반말. 하지 마시오.” “이 건방진!” “나를! 애인으로 혹은 여자로만 보지 말고 같은 동지로 생각해 주시오.” 이 한마디만으로 의열단에 있는 모든 동지들은 도희의 굳건한 독립운동에 대한 열망을 느낄 수 있었다. 계집 어쩌고 했던 단원에게 조용히 경고를 내린 단장은 도희에게 더 해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또한 나는 여성의 일을 도맡기 위해서 의열단에 들어온 것이 아니오. 그대들과 같이 같은 주체로서 독립운동을 하고자 하오.” 친일파 여식에서 신분이 가장 낮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기생의 몸으로 일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기꺼이 의열단에 들어온 여화가 있다. 그도 자신처럼 이리 말했을까. 그에게는 그만의 각오가 있었겠지. “어떤가 자네. 아직도 박도희 동지가 여인네로 보이는가.” “아닙니다. 미안하오.” “아니오.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길 바라오.” 이는 명백한 경고의 의미였다. 다시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상대를 무시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여화도 나도. 천대받고 무시당하는 다른 여인들을 대신해서 하는 도희의 경고다. 이 경고가 의열단원의 일원이 됐노라고 알리는 신호가 되었으리라. ❀ 황궁의 거대한 오얏꽃이 저물고 검붉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그 해, 하늘은 이상하리 만큼 맑았고, 부모님은 서럽게 울고 있었다. 어린 도희는 뭣도 모르는 상태로 서럽게 우는 자신의 부모의 모습에 서러워 똑같이 따라 울었다. 그리고 몇 년 후, 도희가 스스로 생각하며 인격적인 역할 수행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무렵, 도희의 부모님은 동백이 되었다. 새빨간 동백을 어르잡으며 도희는 서럽게 울던 그 어린 시절보다 더 서럽게 울음을 토해냈다. 그 서러움을 담아서 크게 한 방. -쾅. 온 힘을 다해서 폭탄을 던졌다. “어서 몸을 숨기시오! 어서! 도희 동지!” “동지, 동지는 괜찮으시오?” “괜찮소. 어서 춘화관으로!” - “어서들 들어오세요. 곧 헌병들이 들이닥칠 겁니다. 빨리 몸을 숨기셔요. 도희! 너는 빨리 옷 갈아입어!” “고마워.” 이 서러운 시대 속 여인들은 언제나 천대받거나 희롱당하기 그지없는 존재. 그렇기 때문에 일제에게 의심을 사지 않을 수 있는 존재이기도 했다. 여화는 춘화관의 주인으로써 독립군을 숨겨주고, 먹여주는 역할을 수행하였고, 도희의 변장을 도왔다. 때로는 임부의 모습으로, 때로는 남성 단원의 아녀자의 모습으로, 때로는 이번 임무에서와 같이 남성의 모습으로 위장하며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감추었다. 여인의 모습이라고 우습게 보던 몇몇의 사내들에게 본보기를 제대로 보여준 셈이다. “아!” 도희의 옆구리 쪽이 따갑게 스쳤다. 제 손길에 저렇게 아파하는 것을 본 여화가 크게 놀라며 도희의 옆구리를 살폈다. 눈에 띄게 큰 상처가 여화의 눈에 들어왔다. “미안. 잠깐, 어디 다쳤어?” “아니, 살짝 스친 것뿐이야. 신경 쓸 거 없,” “어떻게 신경을 안 써! 네가 다쳤는데!” “…….”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그대로 표정으로 드러낸 도회의 표정을 본 여화는 되려 자신이 더 당황하며 재빨리 당황한 표정을 감추었다. “…미안. 내가 너무 갔어.” “아니야. 걱정 끼쳐서 미안해.” “…….” “걱정해 줄 사람이 없어서 몸을 함부로 날렸더니 이렇게 됐나 봐.” 일제로부터 부모형제를 잃고 산지 약 10년이 흘렀다. 걱정해 줄 사람이라곤 자기 자신 한 사람. 하지만 그마저도 이래봤자 무슨 소용이 있나 싶어 제 몸 하나 간수하는 것도 겨우 하고 사는 도희였다. 그런 제 모습을 걱정해 주는 사람이 나타다니. “너 걱정하는 사람이 여기 있는데, 왜 없어? 죽지 말고 살아. 반드시.” “…그래, 명심할게. 여화.” 도희는 여화를 따스히 안아주는 것으로 여화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주었다. “그래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우리의 봄이 곧 올 거야.” “너무 위험한 일은 자제,” “아니, 다른 단원들 얼굴이 너무 노출되었어. 내가 아니면 안 돼.” 단호하게 말하는 도희의 말. 같은 독립군으로써 저 말이 당연하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죽지 마. 살아서 돌아와. 다음 임무도.” “약속해.” ❀ 일천구백사십오년 팔월 십오일 정오. 길고 긴 전쟁의 끝이 다가왔다. 이윽고, 바람의 냄새가 바뀌었다. [짐은 시운이 향하는 바, 견디기 어려움을 견디고 참기 어려움을 참음으로써 만세를 위하여 태평을 열고자 한다……그대들 신민은 짐의 이러한 뜻을 잘 명심하여 지키라.] 전쟁을 종전하는 일왕의 선언이 끝나고 기미가요가 울리는 라디오 앞에 단원들은 모두 한곳에 모여 반복해서 울려 퍼지는 일왕의 선언을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들었다. 전쟁이 끝났다. 이 말은 즉. “독립….” 독립이 되었다는 뜻. 도희는 익숙하게 말했지만 낯선 단어, 독립을 계속해서 입안에서 굴리고 또 굴렸다. 입에 익을 수 있도록. “이놈들 끝까지 항복한다는 말은 안 하는 것 봐. 빌어먹을 새끼들.” 한 단원의 목소리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동안 많이 다치고, 많이 잃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꿈만 같은지 모른다. 도희는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춘화관으로 향했다. 춘화관으로 뛰어가는 이 순간이 어찌나 멀게만 느껴지는지. - “여화!” “도희야!” 둘은 빈틈이 보이지 않도록 서로를 껴안으며 믿기지 않는 현실을 서로의 얼굴을 더듬거리며 마주했다. 오랫동안 돌고 돌아 봄이 왔다.
글쓰기 시나리오-창작
바람의 냄새가 바뀌다
참여요청
경력 출판 편집자 김나연입니다. 기사, 사보, 칼럼, 독후감, 블로그 등 어떤 글이든 완성도 있게 작성할 자신이 있습니다. 출간도서 보도자료 작성 기사 ① 도서명: <켄 블랜차드 리더십 수업> 저자: 켄 블랜차드, 랜디 콘리 저/모윤희 역 출판사: 서경B&B 출간일: 2022년 10월 05일 세대를 넘어 소통할 수 있는 ‘단순하지만 확실한 지혜’ 52 “누구나 한번은 리더가 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켄 블랜차드 50년 리더십 총정리 서로 믿고 함께 돕는 조직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 『켄 블랜차드 리더십 수업』이 나왔다. 일주일에 한 가지씩만 실천하면, 존경과 신뢰를 받는 서번트 리더가 될 수 있는 비결을 담았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리더십 구루 켄 블랜차드 교수는 ‘왜 리더들이 자신이 알고 있는 조직관리 상식을 실천하지 않는가’ 하는 의문을 품고, ‘리더십의 단순하지만 확실한 지혜(Simple Truths of Leadership)’ 52가지를 정리해 누구라도 쉽게 실천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저자는 최근 결과와 성과에만 집중하는 리더십이 유행하는 것을 매우 경계한다. 반면에 비전을 함께 공유하고 구성원의 마음에도 관심을 기울일 때, 성과는 물론이고 관계까지 얻을 수 있으며 기업과 조직이 지속적인 발전과 성장에 이른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책은 지난 50여 년간 전 세계 비즈니스 현장에서 수많은 기업의 임원 리더십 교육을 진행해온 켄 블랜차드가 그동안 앞장서온 서번트 리더십의 핵심을 집약하고, 자신의 오랜 동료 랜디 콘리의 ‘신뢰 형성하기’의 핵심만 합쳐 짧지만 깊은 통찰을 담아 집대성한 것이다. 블랜차드가 반세기 동안 훌륭한 리더를 키우기 위해 매진해온 이유는 “리더십은 리더의 삶은 물론, 리더가 영향력을 미치는 수많은 삶에도 큰 변화를 만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매주 한 가지씩 리더십의 확실한 지혜를 소개하는 이 책은 잘못된 리더십 개념과 부족한 리더십 사례를 지적하면서 이를 개선할 수 있도록 쉽고 간단한 실천방법을 가르쳐준다. 또한 52가지 지혜에 대해 구성원과 리더가 함께 토론할 수 있는 가이드를 부록으로 실었다. “혼자 승리하는 리더는 없다.” 마음을 움직이고 조직의 성과를 이끌어내는 리더십 멘토링 훌륭한 리더가 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직장에서 이를 실천하는 리더를 찾기는 무척 어렵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켄 블랜차드 리더십 수업』의 두 저자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하여 수십 년간 겪은 사례와 경험에서 우러나온 현실적인 조언으로, 조직에서 매일 같이 고민에 부딪히는 이들에게 슬기로운 해법을 알려준다. 현실에서 이론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를 조목조목 분석해서 조직의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바꾸고 자발적인 태도로 가득 채우는 ‘마법’같은 리더십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리더는 업무의 ‘성과’와 팀원과의 ‘관계’ 사이에서 갈등하는 경우가 많다. 성과만 추구하다가 팀원과의 불화로 마음고생을 하기도 하고, 관계에 치중하다가 조직의 목표달성에서 멀어지는 상황을 겪게 되기 때문이다. 서번트 리더십의 대가 켄 블랜차드와 신뢰 형성 전문가 랜디 콘리는 이 책을 읽고 ‘단순하지만 확실한 지혜’를 실천으로 옮긴다면, “신뢰받는 서번트 리더로서 더 높은 수준에서 사람들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서로 믿고 도와주면 성과는 저절로 따라온다”며 이것이야말로 ‘성과와 관계’ 두 가지 모두를 얻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2 “리더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젊은 세대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리더1십 해법 직장에 갓 입사한 ‘MZ세대’와 기성세대의 갈등은 2020년대를 꾸준히 관통하는 사회적 쟁점이다. 지위와 압박만으로 조직을 이끌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개인의 개성과 자율성을 우선하는 리더가 조직과 구성원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직장에서 개인의 자율성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 자율성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리더라면 금세 고민에 빠질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실제적인 고민에 곧바로 대처할 수 있도록 “명확한 목표와 기대, 성과의 기준을 확립하라”, “회사와 조직의 강력한 비전을 공유하라” 등 실용적인 해법을 아낌없이 소개한다. 리더는 조직이나 기업에서 사람들을 이끌며 목표하는 성과를 달성해야 하는 사람이다. 리더 자신이 원하는 목표와 조직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뛰어난 리더십이 꼭 필요하다. 리더십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언제나 최고의 성과와 최상의 관계, 모두를 얻는 최선의 방법인 ‘서번트 리더십’을 익히고 발휘해보자. “1+1은 언제나 2보다 크다!” 목표를 뛰어넘도록 이끄는 서번트 리더십 “당신이 사람들을 이끄는 목적이 무엇인가?” 켄 블랜차드가 리더십 수업을 시작하면서 던지는 이 질문은 리더십의 동기를 환기시킨다. 블랜차드는 리더란 “구성원을 돕는 사람”이라고 명확히 정의한다. 그는 개인적인 욕심으로 구성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려고 하는 사람은 “결코 서번트 리더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기적인 리더십을 버리고 이타적인 리더십으로 전환될 때 비로소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목표를 달성하고 이를 뛰어넘어 지속적인 성장을 바라볼 수 있다. 좋은 성과는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목표를 향해 조금씩 발전해나가는 것이다. 선의를 지닌 많은 리더들조차 구성원이 프로젝트를 완수하거나 목표를 달성하는 등 정확히 무언가를 해낼 때까지 칭찬을 보류한다. 하지만 팀원이 업무 영역에 자신이 없다면 영원히 칭찬할 타이밍을 기다리기만 할 수도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올바른 행동은 여러 번의 대략적인 올바른 행동들이 모였을 때 만들어진다. “나아진 점을 칭찬하라”는 조언을 실천해서, 업무의 진전을 칭찬하는 것은 구성원에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걸 깨닫게 한다. 이처럼 효과적인 칭찬은 구성원이 자신의 목표 달성에 한층 더 가까이 도달하게 하고, 리더가 구성원을 돕는 행위를 강화시킨다. “신뢰의 반대말은 불신이 아닌 통제다” 성공하는 조직이 신뢰를 형성하는 방법 “리더가 성공하려면 신뢰가 중요할까요?” 이 질문에 대부분은 “그렇다”고 답한다. 그러나 “신뢰를 형성하기 위한 전략과 계획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자신있게 대답하는 리더는 드물다. 신뢰는 산소와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래 누리던 것이 사라질 때 비로소 그것을 떠올리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리더는 업무의 진행상황과 구성원들이 자신의 통제 속에서 움직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리더가 사람들과 상황에 영향을 줄 수는 있어도 매번 완벽하게 통제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통제가 사라지고 자율이 있어야 신뢰가 싹틀 수 있다. 이 책은 리더십에 있어 신뢰의 역할, 솔직함과 진실 그리고 사람들을 공정하게 대하는 것의 중요성, 신뢰할 수 있는 리더들의 특징, 변화 속에서 신뢰를 형성하는 방법과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한 용서의 힘과 같은 주제와 지혜를 담고 있다. “일주일에 하나씩 쉽고 편리하게 실천한다” 일 년 동안 ‘진정한’ 리더십을 키우는 습관 이 책은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페이지 순서대로 ‘단순하지만 확실한 지혜’를 정독하고 나서 52가지 중 1가지를 골라 읽어보자. 그리고 일 년 동안 일주일에 한 가지씩 실제로 적용해보자. 또는 가장 흥미로운 주제로 바로 넘어가도 좋다. 책의 말미에는 팀원들과 함께 리더십 개념을 더 깊이 탐구할 수 있는 토론 가이드도 있다. 이 책을 즐겨 읽으면서 ‘단순하지만 확실한 지혜’ 가운데 몇 가지라도 리더십 형성에 꼭 필요한 요소로 받아들여 보자. 만약 그렇게 된다면 당신의 삶은 물론, 당신이 영향력을 미치는 타인의 삶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출간도서 보도자료 작성 기사 ② 도서명: <오늘도 나는 디즈니로 출근합니다> 저자: 김미란 출판사: 시월 출간일: 2022년 6월 24일 월트 디즈니는 어떤 회사일까? 캐릭터 아티스트는 무슨 일을 할까? 월트 디즈니에 입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코로나 이후의 디즈니 소식을 담은 최신 개정판 출간 2019년 출간되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던 『오늘도 나는 디즈니로 출근합니다』가 개정판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한국인 최초의 디즈니 수석 캐릭터 아티스트였던 저자는 디즈니 캐릭터 아트 매니저로 승진했고, 여전히 전 세계로 나가는 미키와 미니를 비롯해 디즈니 공주 캐릭터, 픽사와 스타워즈 캐릭터를 그리고 있다. 디즈니라고 해서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의 파고를 피할 수 없었다. 디즈니 최초로 재택근무 시스템을 도입했고, 업무 환경이나 팀 구성, 인력 등이 대폭 바뀌기도 했고, 많은 사람들이 레이 오프되기도 했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기존의 내용들은 물론, 최근에 있었던 디즈니의 생생한 변화를 상세히 기록함으로서 거대 기업이 어떻게 변화하고, 어떻게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가는지를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 개인으로서 직업과 직장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월트 디즈니는 어떤 회사일까? 캐릭터 아티스트는 무슨 일을 할까? 월트 디즈니에 입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회사로서의 디즈니를 궁금해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디즈니 입사를 꿈꾸는 이들도 덩달아 많아지고 있다. 이에 저자가 15년 가까이 보고 느낀 디즈니 내부 모습과 동료, 사내 문화까지 꼼꼼하게 담아 그간 베일에 싸여 있던 디즈니를 상세하게 소개한다. 무엇보다 캐릭터 아티스트로서 하나의 캐릭터가 상품이 되기까지, 개인 작업에서 여러 팀과 협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차례로 알기 쉽게 설명한다. 업무 과정은 물론 디즈니가 추구하는 '꿈과 희망'이라는 가치, 트렌드를 따르는 것이 아닌 트렌드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디즈니의 목표까지도 알 수 있다. 창립 초기와 8,90년대를 거쳐 최근에 이르기까지 디즈니 공주 캐릭터 및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의 변화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디즈니의 역사와 함께 '문화 콘텐츠'의 선한 영향력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워너 브라더스와 칼아츠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생생한 과정 저자는 인터넷도 없던 시절,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아무런 정보 없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천신만고 끝에 칼아츠 애니메이션과에 입학하고, 워너 브라더스에 입사하면서 본격적으로 캐릭터 아티스트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인간의 노력과 열정이 이뤄낼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이야기 하는 한편, 칼아츠 입학 정보, 애니메이션과에서 학년 별로 배우는 내용, 한편의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 워너 브라더스 이야기들을 통해 관련 분야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한다. 아시안으로서, 여성으로서, 디즈니를 벗어난 아티스트 김미란의 이야기 책의 말미에는 맨몸으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수없이 이사 하며 LA 근방을 떠돌았던 20대 청년의 분투기, 결혼과 출산에 대한 가치관, 디즈니 이후의 삶을 모색하는 아티스트 김미란의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오롯이 아티스트로 살기 위해 비혼을 선택했고, 개인 작업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출근, 퇴근, 개인 작업이라는 단조로운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 사람은 모두 다르기에 가족의 형태도 다를 수밖에 없으며, 타인의 시선과 사회의 통념이 스스로 행복을 책임질 수 없다고 말한다.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개척하기 위한 치열한 삶. 평생을 바쳐 사랑한 그림과 캐릭터 아트를 향한 끝없는 열정과 노력은, 지금도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과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출간도서 보도자료 작성 기사 ③ 도서명: <고민과 소설가> 저자: 최민석 출판사: 비채 출간일: 2018년 6월 25일 “청춘이라 죄송합니다.” 취업에, 회사에, 결혼에 치이는 2030 ‘프로 고민러’들에게 전하는 최민석 소설가만의 색다르고 유쾌한 인생 해법! ‘믿고 읽는’ 소설가 최민석이 대한민국 2030 ‘고민 해결사’로 돌아왔다. 울다가 웃어버린 나머지 은밀한 곳(?)에 털마저 나는 건 아닐까 싶을 만큼 ‘웃픈 글빨’의 소설가 최민석. 그가 고민 많은 청춘들의 질문을 받아 답변하며, 특유의 말맛으로 유쾌한 위로를 전한다. 작가는 1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주간지 [대학내일]에 대학생들의 고민을 상담하는 칼럼 [Ask Anything]을 연재하였고, 이는 연재 당시 [대학내일] No.1 인기 칼럼으로 등극할 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에 못다한 질문을 추가로 더해 마침내 『고민과 소설가』 라는 에세이로 출간하였으며, ‘일’ ‘사랑’ ‘관계’ ‘미래’ 등으로 2030이 가장 궁금해하는 주제로 구성하였다. 또한 2018년 서울국제도서전SIBF 선정 신간 도서로 출간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눈이 닿는 대로 읽다 보면 묵직한 고민도 놀랍도록 가벼워지는 힐링을 만끽하게 될 것이다.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해 자책하는 청춘들의 질문에 소설가 최민석이 답하다 한때 ‘파릇파릇한 봄’을 상징했던 2030 청춘靑春은 오늘날 ‘N포 세대’로 지칭된다. 극소수를 제외하고, 포기와 절망이 익숙한 대한민국 청춘에게 인생이란 버겁고 고통스럽다. 작가 또한 누구 못지않은 ‘빡센’ 청춘기를 지났다. (소설가가 된 후 통장에 2780원만 남기도 하고, 거의 1년간 오직 글을 써서 번 돈으로만 버티겠다며 끼니를 즉석밥 절반으로만 때우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막 아버지가 됨과 동시에 40대에 들어섰다. 이 책은 자신의 청춘을 반추하며 어떻게 하면 지금 모습 그대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에 대한 그만의 지론이기도 하다. “다들 제가 촌스럽다고 합니다.”라는 내밀한 고민부터 “과 선배와의 CC 괜찮을까요?” 같은 현실적 고민과 “비싼 물가 때문에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라는 진중한 고민까지 다양한 질문이 쏟아진다. 이에 인기 있는 인터넷 쇼핑몰을 매일 방문해 직접 분석한 최신 패션 경향을 알려주거나, 사람들이 추천하는 좋은 연애의 때라는 건 없으니 그저 하고 싶을 때 연애하라거나, 잘 모르고 쓴 소설이 더 재밌는 것처럼 결국 살아봐야 알 수 있다는 등의 답을 내놓는다. 무조건적인 위로에 지친 청춘들에게, 자신의 경험담에 빗대어 건네는 현실적이며 희망 어린 답변을 읽다보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좋은 어른이 되는 단 하나의 방법, ‘고민하는 일’ “끊임없이 질문하고, 끊임없이 변하고, 끊임없이 깨어지는 것, 저는 이것이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이라 생각합니다.”_「Q.어찌해야 좋은 어른이 될까요?」 중 모든 고민의 끝에는 ‘선택’이라는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누구나 선택의 앞에서 방황하고 절망하기도 하지만, 작가는 고민하고 깨어지는 순간조차도 우리가 ‘좋은 어른’이 되는 길목을 향하고 있다고 말한다. 역설적으로 고민하지 않고는 ‘좋은 어른’이 될 수 없다는 명징한 메시지도 함께 전한다. 이처럼 『고민과 소설가』는 그가 15개월간 청춘들의 고민을 대신 부둥켜안고 울고 웃으며 한 자 한 자 조심스레 눌러 쓴 고민상담집이자, 최민석의 또다른 진중한 모습을 느낄 수 있는 에세이다. 작중 작가가 창조한 단어인 ‘호모 고미니우스’라는 단어는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고민하는 존재임을 뜻한다. 최민석 작가의 뜨거운 위로는 세대를 초월하여 고민에 앓고 아파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울다가 또 웃다가 스르르 고민이 풀려버리는 쾌감을 선사할 것이다. 출간도서 보도자료 작성 기사 ④ 도서명: <블랙코미디> 저자: 유병재 출판사: 비채 출간일: 2017년 11월 1일 눈물 나게 웃기고, 눈물 나게 아프다! 유병재가 보고 겪고 기록한 ‘자학의 시(詩)’ 138편 유병재의 첫 책, 농담집『블랙코미디』 출간! ‘유병재 천재설’ 의혹(?)마저 불러일으킨 전 국민의 웃음 폭탄 유병재. 공연과 방송에서 남다른 개그 철학으로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선사한 그가 자신의 첫 책 『블랙코미디』와 함께 작가로 돌아왔다. 유병재 농담집 『블랙코미디』에는 코미디언이자 작가인 유병재가 지난 3년 동안 저축하듯 모은 에세이, 우화, 아이디어 노트, 미공개 글 138편이 담겼다. 이는 폭소와 비판, 공감과 풍자를 오가며 ‘즐거움이라는 한 가지 감정에만 의존하지 않는’ 유병재식 농담으로 진짜 블랙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줄 것이다. 뼈 있는 농담들이 선사하는 유쾌한 반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세상이 바로 ‘블랙코미디’ 으레 ‘농담’이라고 하면 실없이 놀리거나 장난으로 하는 말로 쓰이곤 한다. 유병재 농담집 『블랙코미디』에서는 유머러스한 문장과 유쾌한 에피소드가 반복하여 등장하고, 무방비한 상태에서 실소와 폭소를 터뜨린다. 무엇보다 유병재식의 ‘블랙코미디’에서는 누구나 겪었을 법한, 차마 말로 내뱉지 못했던 일상 속의 부조리를 예리하게 포착한다. 이같은 일들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면서, 한 번쯤 고구마처럼 퍽퍽한 ‘을’의 서러움을 견뎌야 했던 이들에게 속 시원한 ‘사이다’를 안겨준다. 때로 『블랙코미디』에 수록된 글은 단순히 웃음을 위한 농담이 아닌, 모순덩어리인 우리의 자아와 사회를 겨냥하는 아포리즘에 가깝게 느껴진다. 자기변명은 철저히 배제하되, 냉철한 관찰력과 핵심을 짚을 줄 아는 작가의 장기가 짧은 글 속에 온전히 발휘되기 때문이다. 짤막한 글 속에서 응축된 반전의 묘미는 어떤 긴 글보다도 오랜 여운을 남긴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블랙코미디’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화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에 빠지게 되는 코미디’이다. 작가가 직접 작명한 ‘농담집’의 진짜 의미는 이 지점에서 더욱 힘을 얻는다. 세상이 나쁜 건 어쩌면, 내가 나쁘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어느 여자 연예인이 속옷을 입지 않고 SNS에 사진을 올렸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한조 위도우만 고르는 우리 편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중략) _「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중 유병재 농담집 『블랙코미디』는 우리 사회의 급소를 겨냥하면서도 ‘자기반성’이라는 주제를 놓치지 않는다. 이 모든 비극이 어쩌면 내게서 비롯됐을지도 모른다는 고백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이다. 이는 초고의 제목이던 ‘어쩌면 나는 나쁘다’라는 문장과도 상통한다. 내가 나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고도의 성찰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요구되는 덕목이 아닐까. ‘블랙코미디’는 힘이 세다. ‘루저’와 ‘승자 독식’이 판치는 세상이라는 주제 의식을 잃지 않으면서, 분노를 웃음으로 승화하는 건강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작가 스스로 밝혔던, ‘즐거움이라는 한 가지 감정에만 의존하지 않는 코미디’란 바로 이것이다. 유병재 농담집 『블랙코미디』는 웃는 이와 우는 이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듯한 세상에 던지는 ‘건강한 반란’이다. 출간도서 보도자료 작성 기사 ⑤ 도서명: <뮤즈> 저자: 제시 버튼 저/이나경 역 출판사: 비채 출간일: 2017년 09월 18일 글로벌 밀리언셀러 『미니어처리스트』 제시 버튼 신작 ‘뮤즈’라는 이름에 가두려 했던 여성들의 진짜 사랑과 욕망 1967년 영국 런던. 식민지에서 영국 본토로 이주한 오델은 스켈턴 미술관에 타이피스트 자리를 얻는다. 오델은 요절한 천재작가 이삭 로블레스의 미발표 유작을 발견하고 그림은 전세계의 주목을 받는다. 떠들썩한 분위기도 잠시, 의문의 사진 한 장이 발견된다. 자신의 그림 옆에 서 있는 이삭, 그리고 이삭의 뮤즈로 보이는 한 여인. 마침내 오델은 그림이 전하는 진짜 이야기를 알게 된다. 데뷔작『미니어처리스트』로 일대 신드롬을 일으키며 세계적 작가로 발돋움한 제시 버튼.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는 데 탁월한 재능을 뽐낸 그가 두 번째 장편소설 『뮤즈』로 돌아왔다. 작가는 1960년대 영국과 1930년대 에스파냐를 오가며 여성 예술가가 ‘뮤즈’라는 허울 아래 연인, 모델, 영감의 대상으로만 여겨지던 어두운 시대를 그려낸다. 차별과 억압 이전, ‘예술가’로서 여성들이 지녔던 진짜 욕망은 무엇이었을까. 남성이 여성의 뮤즈가 되고, 여성이 여성에게 영감을 선사하는 이 이야기는 2017년을 사는 우리에게 더욱 감동적이고 아름답게 다가설 것이다. “화가는 당연히 남자여야 한다. 이것은 너무나 완고한 고정관념인 나머지 올리브 자신조차 그렇게 믿곤 했다.”_본문에서 1936년, 에스파냐 안달루시아. 열여덟 살 소녀 올리브는 화가를 꿈꾸며 다락방에서 몰래 그림을 그린다. 화가 이삭과의 사랑에 힘입어 올리브의 실력은 폭발적으로 발전하고, 마침내 파리 화단에 그림을 발표하며 전세계의 화제로 떠오른다. 단지 화가의 이름이 올리브가 아닌, ‘이삭 로블레스’로 바뀌어 있을 뿐. 1967년, 영국 런던의 스켈턴 미술관. 타이피스트이자 작가 지망생인 오델은 요절한 천재작가 이삭 로블레스의 미발표 유작을 발견한다. 화단은 30년 만에 다시 떠들썩해지지만, 오델만은 어딘지 그 그림에 어딘지 미심쩍은 곳이 있다고 느끼는데…. “아티스트와 뮤즈, 우리는 당연하다는 듯 전자는 남자, 후자는 여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의 ‘뮤즈’에게는 정해진 성별이 없습니다.”_제시 버튼 ‘미니어처 하우스’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욕망과 미스터리를 그려낸 『미니어처리스트』로 세계적 대성공을 거둔 제시 버튼. 그가 이번에는 『뮤즈』를 통해 예술과 여성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담은, 화려한 이야기를 선보인다. 시대적?사회적 배경에 대한 철저한 고증과 세밀한 묘사, 예술가의 삶과 예술작품에 대한 창의적 서사, 미묘하게 얽히고 한순간에 풀리는 관계와 갈등 등 단 두 권의 작품으로 ‘제시 버튼의 작품 세계’를 견고하게 구축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전작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제시 버튼은 단연 ‘여성’의 이야기를 꾸려가는 데 탁월한 재능을 지닌 작가다. 이미 ‘모든 여성은 자신의 삶을 설계하는 건축가다’라는 소설 속 문장을 통해 자유로움을 획득한 여성상에 대한 이상을 살포시 드러냈고, 그 열망을 두 번째 작품 『뮤즈』에서 더욱 아름답게 펼쳐놓았다. ‘뮤즈’는 예술가에게 영감을 선사하는 인물(또는 사물)을 의미한다. 그리고 우리는 굳이 로뎅과 카미유 클로델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한쪽은 남성이고 다른 한쪽은 여성이라고 가름하는 데 익숙하다. 제시 버튼은 이것은 고정관념이자 또 하나의 억압이라는 메시지를 빼어난 이야기 속에 녹여내었다. 『뮤즈』에서는 역으로 남성이 여성의 뮤즈가 되고, 나아가 여성이 여성의 뮤즈가 된다. 이는 ‘뮤즈’라는 단어에 굳건히 버티고 서 있던 편견에 대한 해체이자, 세상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창작의 불꽃을 태운 여성 예술가들을 향한 위로이자 응원일 것이다. 작가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 작품은 “완전한 자유, 재정적 독립, 그 누구에게도 의존할 필요가 없는 상태, 남성이 여성의 삶 무대 가운데에 서지 않는 세상, 여성이 섹스와 고독 둘 다 고를 수 있는 세상의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밝힌다. 그리고 “남성 스스로 자신에게 무엇이 이로운지 안다면 그 세상을 축복하고, 함께 혜택을 누리게 될” 거라고 덧붙였다. ‘페미니즘’이 ‘양성의 조화와 평등’을 추구하는 행복의 길이라면, 『뮤즈』는 단연 가장 페미니즘적인 소설이 아닐까. 모든 여자에게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 『뮤즈』에 등장하는 여성의 캐릭터는 매우 다양하며 다층적이다. 연인에게 사랑을 갈구하며 자신의 예술성을 공유하고 싶은 여자(올리브)부터 그림 그리는 여자의 뮤즈가 되고 싶은 여자(테레사), 아름답지만 불행하고 그 공허함 때문에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여자(세라), 흑인 여성에 식민지 출신이라는 약자의 운명을 타고났지만 당당히 꿈을 향해 가는 여자(오델)까지. 『뮤즈』의 여성은 모두 선과 악, 수동성과 능동성, 순응과 반항을 한몸에 지닌 입체적인 인간형을 드러낸다. 이들의 끈끈하면서도 복잡다단한 유대 관계를 통해 이야기는 점점 생동감을 얻으며 화려해진다. 역자 이나경은 ‘옮긴이의 말’을 통해 “신비하고, 확고하며, 때로는 에로틱한 유대 관계는 소설 속에서 강렬한 매혹과 긴장, 여운을 선사하는 요소”라고 평했다. 제시 버튼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관계의 다양성을 통해 여성은 ‘수동적이고 단면적이고 소외당하는 존재’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복합적 감정을 지닌, 능동적으로 주도하는 존재’임을 보여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숱한 남자들이 ‘내 인생을 소설로 쓰면 책 한 권’이라고 흔히 말하듯, 모든 여자에게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고 말이다. 출간도서 보도자료 작성 기사 ⑥ 도서명: <기꺼이 죽이다> 저자: 존 버든 저/이진 역 출판사: 비채 출간일: 2017년 06월 08일 “세상은 부자들에게만 호의적이다. 부富는 곧 사회악이다. 평등한 사회를 향해 나 착한 양치기가 총을 들었다.“ 존 버든의 히어로 데이브 거니를 기억하시길. 장르문학에서 다시없을 캐릭터가 될 것이다._데이비드 발다치(작가) 뇌와 눈, 코, 입술이 한데 뭉개져버린 희생자들. 범인은 벤츠 최고급 모델을 소유한 부유층만을 골라 운전 중에 총격, 모두 여섯 명을 죽였다. 경찰 앞으로 ‘기꺼이 부자를 죽이고 정의를 이루겠다’라는 선언문을 보내 충격을 던진, 이른바 ‘착한 양치기 살인사건’ 이후 10년. 놈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658, 우연히』로 출간 즉시 전세계 30개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데이브 거니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 『기꺼이 죽이다』가 출간되었다. 작가의 설계는 치밀해졌으며 긴장감은 극한으로 치닫는다. 여기에 빈부격차와 양극화라는 사회 문제에 대한 논쟁까지 세련되게 녹여냈다. 거장 존 버든 스타일로 그려낸 사회악, 문학성과 추리의 즐거움마저 갖춘 짜릿한 퍼즐 미스터리! 독자를 놀라게 하는 클라이맥스는 더없이 만족스럽고 긴장감은 시종일관 손톱을 물어뜯게 만든다. 작가 존 버든을 ‘퍼즐 마스터’로 각인시킬 걸작!_뉴욕저널오브북스 2000년 3월 22일, 연달아 일어난 두 건의 총격 사건으로 충격에 빠진 뉴욕 주. ‘착한 양치기’ 이름의 발신자가 뉴욕 경찰국에 보낸 우편물이 미국 전역을 발칵 뒤집는다. ‘돈은 모든 악의 근원이다. 부자를 죽이는 것으로 정의를 이룩할 수 있다. 내가 부유한 자를 죽일 것이다’. 범인의 선언문에는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범행 정보가 상세히 기재되어 있었으며, 이후 네 명의 희생자가 추가로 발생한다. 오직 부자들만을 죽인다는 범인은 로빈 후드에 비견되며 화제의 중심에 서지만 경찰은 10년이 지나도록 검거는커녕 단서조차 잡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은퇴 형사 데이브 거니는 ‘착한 양치기 살인사건' 다큐멘터리의 자문을 맡는다. 다큐멘터리는 방영 즉시 인기를 얻지만 인터뷰에 응한 유가족들이 차례로 살해되는데…. 과연 ‘살인’이 정의 실현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있을까? ‘착한 양치기 살인사건’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은 다분히 이중적이다. 그들은 범인의 잔혹함에 분노하면서도 로빈 후드처럼 부유한 자를 응징하는 모습에 통쾌함을 느낀다. 이는 빈부격차에서 비롯된 사회적 갈등을 정면으로 드러낸다. 한편,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는 대형 방송국 램TV는 범죄를 볼거리로만 소비하며 자극적이고 과장된 편집으로 광고 수익을 내기에만 급급하는 등 옐로우 저널리즘의 전형을 보여준다. 유가족이 살해되는 와중에도 방송을 강행하는 행태는 우리 사회의 모습과 겹쳐지며 미디어의 공익성을 의심하게 한다. 미국, 스페인, 노르웨이, 중국 등 전세계 30개국 베스트셀러! 정교한 퍼즐 미스터리의 거장, 존 버든 추리소설의 절정! 존 버든이 더욱 정교한 퍼즐과 함께 돌아왔다. 『기꺼이 죽이다』는 기존의 ‘후더닛’ 스릴러를 뛰어넘은 두뇌싸움을 선사한다. _뉴욕타임스 영미권, 유럽어권뿐만 아니라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까지 사로잡은 글로벌 베스트셀러 작가 존 버든. 우연히 펼쳐든 편지 속 숫자 게임에서 시작된 연쇄 살인사건을 다룬 데뷔작『658, 우연히』에서 천재적인 추리력을 선보인 바 있는 데이브 거니는 후속작『악녀를 위한 밤』에서 결혼식 중 신부의 목을 자르고 자취를 감춘 범인의 뒤를 쫓는다. 지난 사건이 남긴 마음의 상흔에 고뇌할 줄 아는 지적이고 치밀한 형사 데이브 거니에 독자들은 열광했다. 『악녀를 위한 밤』으로부터 6개월 후를 그린 세 번째 작품『기꺼이 죽이다』는 존 버든을 퍼즐 미스터리의 거장으로 각인시켰다. 존 버든은 주인공 데이브 거니의 천재적인 수사력만을 담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는 내적 갈등을 끈질기게 파고들면서 마음속의 어둠을 보여준다. 거니가 맞닥뜨리는 살인사건은 얼핏 영영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보인다. 섬세하고 끈질긴, 고뇌하는 형사로서의 거니의 장기는 바로 이 지점에서 빛을 발한다. 작가 인터뷰에서 존 버든은 거니의 내성적이고 사색적이며 끊임없이 분석하는 습관이 자신과 비슷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상처를 안고 사는 영웅, 그리고 악의 본성을 파헤치는 존 버든의 작품은 이 세상 누구도 완벽하지 않으며 다만 포기하지 않고 선을 선택할 뿐이라고 우리에게 말한다. 출간도서 보도자료 작성 기사 ⑦ 도서명: <생일 그리고 축복> 저자: 장영희 저/김점선 그림 출판사: 비채 출간일: 2017년 02월 27일 장영희 교수와 김점선 화백이 만든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책!’ 11년간 사랑받아온 『생일』과 『축복』을 한 권으로 만나다 문학의 아름다움을 전하며 자신의 생애를 통해 희망을 증명한 故장영희 교수. 그녀가 고르고 옮긴 영미시, 故김점선 화백의 그림이 어우러져 오랫동안 사랑받은 『생일』과 『축복』이 출간 11주년을 맞아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되었다. 『생일』에 실린 49편, 『축복』에 실린 50편을 한데 엮은 합본 개정판 『생일 그리고 축복』은 문학전도사이자 희망전도사인 장영희 교수가 엄선한 99편의 영미시에 원문의 맛을 살린 번역, 희망 가득한 해설이 보다 세련된 편집으로 담겼다. 또한 김점선 화백이 화폭에 담은 자연의 원색을 고스란히 전하고자 인쇄 공법을 개선하였다. 제책 형식 역시 변화를 주었는데, 가벼우면서도 튼튼하고 쉽게 펼쳐지는 마닐라 양장은 독자들의 오랜 요청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김점선 화백은 생전에 『생일』과 『축복』의 그림을 작업할 당시, TV 인터뷰에서 책의 제목을 묻는 질문에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책”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긴 겨울의 끝에서 만나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책’ 『생일 그리고 축복』은 정성어린 손바느질로 만든 화사한 봄옷처럼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나아가 ‘당신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곧 축복임을 깨닫고, 꽁꽁 언 마음을 녹이며 사랑과 희망의 새싹을 활짝 피워줄 것이다. 영혼의 ‘생일’을 새로 맞이할 수 있는 용기를 선사한 『생일』, 세상에서 가장 큰 축복은 희망이라는 깨달음을 주는 『축복』 2004년 9월, 암이 발병하면서 장영희 교수는 기고 중이던 4개의 칼럼 중 3개의 칼럼을 중단했다. 그러나 한 칼럼만은 연재를 이어나갔다. 바로 2004년부터 2005년까지 [조선일보]에 연재한 ‘장영희의 영미시 산책’이다. “영미시 산책은 흰 벽으로 둘러싸인 좁은 공간에서 바깥 세상으로 나가는 단 하나의 통로이자 새로운 생명의 힘을 북돋아주듯, 영혼의 ‘생일’을 새로 맞이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라고 장영희 교수는 고백하기도 했다. 연재가 끝난 이듬해인 2006년 3월, 사랑에 대한 영미시를 골라 엮은 『생일』이 출간되었다. 투병 중에도 혼신의 힘을 다해 써내려간 『생일』은 지난 11년 동안 50쇄를 돌파하며 오랫동안 꾸준히 사랑받았다. 출판사와 저자에게는 독자들의 편지가 쏟아졌다. 발신지는 주로 암 병동과 교도소였다. 이 중 한 통의 편지는 후속작 『축복』 출간에 영감을 선사했다. 『생일』이 출간되고 4개월 뒤인 2006년 7월, 희망을 주제로 한 시를 골라 엮은 『축복』이 출간되었다. 애초에 시집의 제목은 ‘축복’이 아닌 ‘희망’이 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교도소에서 온 편지 한 통이 장영희 교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선생님, 절대 희망을 버리지 마세요. 이곳에서 제가 드릴 수 있는 선물은 이것밖에 없습니다.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 그것처럼 큰 축복이 어디 있겠어요.’ 축복, 머리 위로 향기로운 폭죽이 터지듯 마음을 기쁘고 설레게 만드는 말이었다고 장영희 교수는 서문에서 말했다. 이렇게 출간된 『생일』과 『축복』은 출판계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였다. 2013년에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선정 대학신입생 추천도서로도 선정된 바 있다.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해준 책’ ‘희망의 언어로 가득한 책’ ‘어려운 글이 아닌 진심이 느껴지는 책’ ‘영미시와 해설이 함께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 ‘선물 같은 책’…… 오늘도 인터넷 서점에는 독자들의 서평이 업데이트된다. 원어 시와 번역문을 필사하며 문학의 아름다움을 음미하는 독자도 생겨났다. 출간된 지 11년이 지났지만 두 사람이 전한 사랑과 축복의 메시지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본문 1, 2, 3부 생일 : 사랑이 내게 온 날 나는 다시 태어났습니다. 사랑과 축복의 기쁨을 전하는 49편의 보석 같은 시 모음 ‘생일’이라는 제목은 크리스티나 로제티(Christina Rosetti)의 [생일(A Birthday)]이라는 시의 제목과 주제에서 가져왔다. 육체적으로 태어난 생일도 중요하지만, 사랑에 눈떠 영혼이 다시 태어나는 날이야말로 진정한 생명을 부여받는 생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A. E. 하우스먼(A. E. Housman)의 이제 막 사랑에 빠진 스물한 살 조카에게 들려주는 시 [내 나이 스물하고 하나였을 때(When I Was One-And-Twenty)]에서는 ‘마음으로 주는 사랑이 늘 대가를 치르’고 그 사랑의 보답이 ‘하많은 한숨과 끝없는 슬픔’ 뿐일지라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사랑하라고 말한다. 존 던(John Donne)의 [새 아침(The Good-Morrow)]에서는 진정한 사랑은 ‘서로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며 ‘각자가 하나의 세계를 가지고 둘이 하나가 되는’ 사랑이라고 한다. 각자 하나이고 함께 하나 되는 사랑을 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 ‘두 가지 바보’가 되어보자고 유쾌하게 제안한다. 도로시 파커(Dorothy Parker)의 [더없이 아름다운 장미 한 송이(One Perfect Rose)]라는 시 소개에서는 사랑 담긴 장미 한 송이가 나을까 사랑 없는 리무진 한 대가 나을까 하는 물음에 대해서, 살아보니까 삶은 이거냐 저거냐의 선택이지 결코 ‘둘 다’가 아니라는 현답을 내린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이별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육신의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매리 프라이(Mary Frye)의 시 [내 무덤가에 서서 울지 마세요(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를 통해 따뜻하고 속 깊은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저자가 시를 통해 보여주는 ‘사랑’의 울타리는 남자와 여자의 사랑을 훌쩍 넘어 부모와 자녀, 스승과 제자, 이웃과 친척 그리고 타인에 대한 사랑으로까지 확대된다. 칼릴 지브란(Kahlil Gibran)의 [당신의 아이들은(Children)]을 소개하면서 아이들의 세계를 침범해서는 안 된다는 시인의 말에 저자는 부모들이 ‘죽도록 고생해도 그래도 기쁘게 사는 건 오직 아이들을 위해서인데 내 사랑뿐만 아니라 내 생각도 좀 주면 안 될까요’라고 의뭉스럽게 대꾸하며, ‘어떤 이론도 통하지 않는 게 자식 키우는 일’이라는 소신을 밝히기도 한다. 케빈 윌리엄 허프(Kevin William Huff) [선생님은(Teachers)]이라는 시에서는 선생이라는 직업에 대해 생각해보며 겁이 날 때도 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지식뿐만 아니라 지혜를, 현실뿐만 아니라 이상을, 생각뿐만 아니라 사랑을 가르치는 그런 선생이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한다.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의 [이 세상에는 사랑뿐(That Love Is All There Is)]에는 우리 모두가 함께 타고 가는 인생기차에 사랑의 무게를 골고루 안배해야 기차가 잘 달릴 수 있다고 말한다. 내가 최선을 다했는데도 세상이 받아들이지 않을 때는 꿋꿋이 내 갈 길을 가며 최상의 것을 내놓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본문 4, 5, 6부 축복 : 세상에서 제일 큰 축복은 희망입니다 시를 잃어버린 마음에 시를 찾아주고, 희망이 부족한 이에게 희망을 채워주는 아름다운 영미시의 세계 저자는 ‘희망’을 우리가 ‘공짜로 누리는 축복’이라고 한다.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의 시 [희망은 한 마리 새(Hope Is the Thing with Feathers)]에서 보듯이 희망은 우리 영혼 위에 걸터앉아 매일 지저귀지만 ‘그 새’는 우리에게 빵 한 조각 청하지 않는다. 저자는 “희망은 우리가 열심히 일하거나 간절히 원해서 생기는 게 아닙니다. 상처에 새살이 나오듯, 죽은 가지에 새순이 돋아나듯, 희망은 절로 생기는 겁니다”라고 하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 피어오르는 희망의 소리에 귀기울이라고 말한다. 그런 귀기울임을 통해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가능해지고, 비로소 자신의 삶이 가치 있고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으며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된다. 새러 티즈데일(Sara Teasdale)의 시 [연금술(Alchemy)]은 “봄이 빗속에 노란 데이지꽃 들어올리듯 나도 내 마음 들어 건배합니다. 고통만을 담고 있어도 내 마음은 예쁜 잔이 될 겁니다. 빗물을 방울방울 물들이는 꽃과 잎에서 나는 배울테니까요. 생기 없는 슬픔의 술을 찬란한 금빛으로 바꾸는 법을”이라고 노래한다. 여기에 저자는 “우리 마음의 잔에 쓰디쓴 고통만이 담겨 있을 때가 많습니다. 그것을 찬란한 지혜, 평화, 기쁨으로 바꾸는 것이 삶의 연금술이지요”라며 우리 모두 삶의 연금술사가 될 것을 제안한다. 영화화되어 전세계적인 인기를 모은 소설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J. R. R. Tolkien)의 시 [금이라 해서 다 반짝이는 것은 아니다(All That Is Gold Does Not Glitter)]에서 “헤매는 자 다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 오래되었어도 강한 것은 시들지 않고 깊은 뿌리에는 서리가 닿지 못한다”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이는 헤매본 사람만이 길을 알 수 있으니, 길 잃음 자체도 즐거운 과정임을 상기시킨다. “당신이 세상에 최상의 것을 내놓으면 최상의 것이 당신에게 돌아올 것입니다”라고 충고하는 매들린 브리지스(Madeline Bridges)의 [인생 거울(Life’s Mirror)] 해설에서는 “네가 세상을 향해 웃으면 세상은 더욱 활짝 웃을 것이요, 네가 찡그리면 세상은 더욱 찌푸릴 것”이라는 단순 명쾌한 진리를 일깨운다. “모든 이들이 너를 의심할 때 네 자신을 믿을 수 있다면, 기다릴 수 있고 기다림에 지치지 않을 수 있다면, 거짓을 당해도 거짓과 거래하지 않고, 미움을 당해도 미움에 굴복하지 않는다면 (…) 군중과 함께 말하면서도 너의 미덕을 지키고, 왕과 함께 걸으면서도 민중의 마음을 놓치지 않는다면 (…) 너는 드디어 한 남자가 되는 것이다!”라고 한 키플링(J. Rudyard Kipling)의 시 [만약에(If…)]에서는 아들이 진정 아름다운 인간으로 살아주길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을 읽는다. 딜런 M. 토머스(Dylan M. Thomas)는 [순순히 저 휴식의 밤으로 들지 마십시오(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에서 어둡고 우울할 수도 있는 노년 앞에 “그대로 순순히 저 휴식의 밤으로 들지 마십시오. 하루가 저물 때 노년은 불타며 아우성쳐야 합니다. 희미해져 가는 빛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십시오”하고 노래한다. 이에 저자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영혼의 불꽃을 치열하게 불살라 떠나기 전에 이 세상에 좋은 흔적 하나 남기는 것”에 큰 의의를 둔다. 특히 이 시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2014년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에 인용되어 결코 꺼지지 않는 인간의 인내를 대변하였다. 영화의 성공과 함께 이 시 또한 널리 읽히고 낭송되었다. 출간도서 보도자료 작성 기사 ⑧ 도서명: <물의 감옥> 저자: 안드레아스 빙켈만 저/전은경 역 출판사: 비채 출간일: 2016년 11월 29일 ‘마음속 지옥’을 그리는 독일 심리 스릴러의 대가, 안드레아스 빙켈만! 깊고 어둡고 차가운 심연의 공포를 선사하다! 강변에서 발견된 익사체가 독일 전역을 발칵 뒤집어놓는다. 타살이 분명한 시신의 배에는 전기인두를 사용한 듯 경찰의 이름이 선명히 새겨져 있다. 그러나 강변과 호수, 욕조 등 ‘물’을 둘러싼 살인은 이 건이 처음도, 마지막도 아니었으며 얼마 되지 않아 또 다른 시신이 떠오른다. 사건을 덮으려 하는 경찰들과 뒤쫓는 경찰들…. 한편 신참내기 경찰 마누엘라는 시신의 폐에서 나온 물을 분석해 다음 살인을 예견하지만, 위험한 진실은 그녀의 목숨마저 위협한다.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다양한 언어권에서 번역 출간된 『물의 감옥』은 현지 출간 즉시 냉정하기로 소문난 독일 독자들에게마저 아마존 평균 별점 네 개 반을 얻으며 사랑받았다. 살인자와 희생자, 경찰의 시점을 오가는 다층적 서술은 작가가 오랫동안 천착해온 ‘악’의 여러 모습을 생생히 고발한다. 강, 호수, 욕조… 차례로 떠오르는 시신들! 물은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다. 스물다섯 살 신참내기 여성 경찰 마누엘라는 살인사건 수사 전담팀에 배치되고 의욕에 넘치기만 한다. 그러나 그녀의 파트너는 소문난 ‘마초’ 형사 슈티플러. 곧이어 그의 이름을 몸에 새긴 채 익사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경찰 조직은 혼란에 직면한다. 마누엘라는 어딘지 미심쩍은 상관의 행동에 의문을 품지만 지극히 남성중심적인 선배 경찰들은 그녀에게 최소한의 정보조차 공유하지 않는다. 홀로 수사를 이어가던 마누엘라는 ‘물’과 ‘여성 희생자’의 상관관계에 주목하고 과거에 일어난, 제대로 된 수사조차 없었던 욕조 살인사건 기록을 발견한다. 한편, 자기 자신을 ‘물의 정령’이라고 밝힌 남자는 다음 타깃을 향해 차가운 손길을 뻗는데…. 『물의 감옥』은 ‘악’의 근원을 정면에서 들여다보는 듯 치밀한 심리 묘사와 속도감 넘치는 전개로 빼어난 스릴감을 선사한다. 애초에 ‘악’ 그 자체를 파고들려고 쓰인 소설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범죄 현장을 넘어 사회 전면에 깊게 자리한 악의 존재감이 드러나는 것. 심연을 바라보면 심연 또한 나를 바라본다고 했던가. 『물의 감옥』에는 악과 싸우다 악을 닮아버린, 부패한 경찰이 다수 등장한다. 그들이 사건을 은폐한 탓에 출동은 지체되고, 희생자는 차가운 물속에서 죽음을 맞는다. ‘클리셰 없는 소설’로 유럽 독자의 사랑을 받은 안드레아스 빙켈만은, ‘물’이라는 보편적인 소재에 색다른 의미를 부여해 독자의 심장을 조여온다. 이 소설을 읽은 후 강이나 호수, 수영장은커녕 물 한 잔 편하게 마실 수 없을 거라는 독일 독자들의 서평이 결코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다. 범인의 마음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려진다. 소름끼치는 작가다! [노이에프레세] 『사라진 소녀들』과 『지옥계곡』, 『창백한 죽음』 등의 전작에서 우리 사회 속의 ‘악’을 기록해온 심리 스릴러의 대가 안드레아스 빙켈만. 그가 이번에는 주목한 살인 무기는 ‘물’이다. 깊고 잔잔하며 깨끗해 보이지만 죽음의 공포를 간직한 물은 정의를 추구한다는 명분으로 사익을 추구하는 ‘경찰’이라는 조직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간결한 문장으로 범인이 느끼는 살인의 쾌감과 희생자가 겪는 고통, 조직 내부의 해묵은 갈등을 다루는 솜씨는 과연 심리 스릴러의 거장답다. 작가 안드레아스 빙켈만은 택시운전사, 보험판매원, 군인, 체육교사 등 다양한 일로 생계를 꾸리면서도 소설가의 꿈을 놓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영수증 뒷면에까지 습작을 하며 쌓은 독보적인 필력은 다양한 인물의 시점이 교차하는 가운데에서도 이야기의 핵심을 놓치지 않고, 복선을 하나하나 밟아 반전에 이르게 한다. 잔혹한 살인 행각과 외로운 추적의 끝에 과연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지금, 그 차고 어두운 심연으로 뛰어들 때다. 출간도서 보도자료 작성 기사 ⑨ 도서명: <열세 번째 이야기> 저자: 다이앤 세터필드 저/이진 역 출판사: 비채 출간일: 2016년 10월 28일 “옛날 옛날에 유령이 사는 저택이 있었어. 그리고 책이 있는 방과… 쌍둥이가 있었지.” 대저택의 폐허 속에 숨겨진 한 가족의 슬프고도 잔혹한 비밀 아버지의 헌책방에서 일하며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인물의 전기를 쓰는 마거릿 리. 어느 날 그녀에게 편지 한 통이 도착한다. 발신자는 ‘금세기의 디킨스’로 불리는 유명 작가 비다 윈터. 평생 거짓 인터뷰로 일관해온 그녀가 진실을 말하겠다고 손짓해온 것이다.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에 비다 윈터의 저택을 찾은 마거릿은 비다 윈터로부터 18세기 영국 시골 마을 앤젤필드 가(家)의 3대에 걸친 기묘한 사건을 듣는다. 점차 폐가로 변해가는 대저택과 그곳에 버려진 쌍둥이 소녀, 그리고 유령의 존재. 비다 윈터의 초록색 눈동자는 이 모든 것이 진실이라고 말하는데…. 기묘한 인물들과 충격적 전개, 철저한 취재에 바탕한 생생한 배경 묘사로 전세계에 ‘다이앤 세터필드 열풍’을 불러 일으킨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 『열세 번째 이야기』가 국내 출간 10년을 맞아 전면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제작한 헤이데이 필름에서도 영화 제작을 앞두고 있다. 전세계가 인정한 ‘마음을 홀린 이야기꾼’의 놀라운 데뷔작, 지난 10년간 꾸준히 사랑받아온 고딕 미스터리를 전면 개정판으로 만나다! 런던에서 아버지와 헌책방을 꾸리며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의 전기를 쓰는 마거릿 리는 어느 날 영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비다 윈터의 편지를 받는다. 진실인지 거짓인지 모를 인터뷰로 철저히 자신을 비밀에 부치고 살아온 그녀가 이제 진실을 말하겠다며 손짓해온 것이다. 오래된 책만을 읽으며 죽은 이와의 소통에 깊이 매혹된 마거릿은 우연히 비다 윈터의 소설 『변형과 절망에 관한 열세 가지 이야기』를 마주한다. 한 편 한 편의 이야기에 빨려들어 읽었지만 책 제목과 달리, 이야기는 열두 편뿐이다. 열세 번째 이야기가 실려 있지 않은 것을 의아하게 여기던 마거릿은 아버지로부터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회수되었고,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은 우연히 남은 희귀본이라는 사실을 듣는다. 호기심을 느낀 마거릿은 비다 윈터를 만나기로 결심하고 요크셔의 외진 저택으로 향한다. 그러나 막상 마주한 비다 윈터는 신경질적이고 자신을 하대하기까지 한다. 이에 마거릿은 저택을 떠나려 했지만 하나의 이야기가 발길을 붙들었다. 비다 윈터가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그러나 진실이라기엔 어딘가 아귀가 맞지 않고 너무나 위험한 이야기. “옛날 옛날에, 쌍둥이가 있었어….” 그 말이 마거릿이 꽁꽁 숨겨둔 어떤 기억을 건드린다. 시골 마을 앤젤필드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일들, 끔찍한 가문의 저주와 금기를 넘은 사랑, 원치 않은 임신, 유령의 존재, 살인, 대저택에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 이야기의 허점을 간파한 마거릿은 그녀의 진짜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뒷조사를 감행한다. 그리고 밝혀지는 놀라운 진실들. 차츰 마거릿 내면에 잠들어있던 깊은 상처도 속살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문학적 기교의 절정, 그리고 탄생의 비극 속에서 살아남은 여성들의 이야기! 아이들은 자신의 탄생을 신화화한다. 그것은 모든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특성이다. 어떤 사람을 이해하고 싶은가? 그의 머리와 가슴, 영혼을 이해하고 싶은가? 그가 태어나던 순간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라. 당신이 듣게 될 이야기는 진실이 아닌 한 편의 지어낸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편의 이야기보다 더 우리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없다.『변형과 절망의 이야기』, 비다 윈터 『열세 번째 이야기』는 책과 이야기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소설이다. 모든 비극의 씨앗이자 화재로 고통의 흔적을 다물게 하는 공간부터가 책으로 가득한 서재이다. 주인공 마거릿은 책과 사랑에 빠졌고, 샬롯 브론테, 제인 오스틴, 찰스 디킨스 등 실제 작가들의 소설은 비밀의 열쇠를 제공한다. 『열세 번째 이야기』는 주인공인 비다 윈터의 베스트셀러 『변형과 절망의 이야기』의 한 대목을 제사(題詞) 삼아 문을 연다. 마치 현존하는 책인 듯, 대담하게 소설 속 소설 구절을 인용함으로써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능수능란하게 넘나든 것이다. 마거릿이 비다 윈터의 인터뷰를 수기(手記)하며 어린 시절의 상처와 대면하듯, 독자 또한 어느 순간 소설 속 상처와 맞닿은 자신의 이야기와 맞닥뜨리게 된다. 특히 인터뷰의 포문을 여는 소재인 출생의 비극은 비다 윈터가 마거릿에게 가장 전하고자 한 메시지였다. 누구나 자신의 삶이 특별하리라 기대하지만 대부분의 출생은 평범하며 그 인생 또한 텅 비어 있다. 세상에 자신과 책만 남겨놓은 마거릿과 비다 윈터처럼. 그러나 서로 얼굴을 맞대고 진실된 이야기를 나눌 때 비로소 삶은 변화하고 누군가는 그늘에서 빛으로 옮겨간다. 이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놀라우리만치 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의 입체적인 모습도 주목할 만하다. 매년 숨죽여 축하해야 했던 생일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충격으로 ‘그 일’을 눈 감아버린 마거릿. 바깥세상에는 눈길을 주지 않고 헌책방에서 죽은 이들과의 소통에만 골몰하던 그녀는 비다 윈터를 만난 후 깊이 감춰둔 자신의 상처를 살피기 시작한다. 나아가 도망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비다 윈터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성공했지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꼭꼭 숨긴 채 냉소적이고 이기적인 노인이 된다. 하지만 마거릿과의 인터뷰가 이어질 수록 마음의 문을 열고, 내면의 고통을 드러낸다. 마거릿의 품에서 위로받은 비다 윈터는 처음으로 따스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열세 번째 이야기』를 미스터리 소설인 동시에 여성들의 성장소설로 보아도 좋은 까닭이다. 책과 이야기에 미친 모든 이를 위한, 선물 같은 고딕 미스터리! 북리스트 독특한 구성도 주목할 만하다. 『열세 번째 이야기』는 ‘발단(Beginings), 전개(Middles), 결말(Endings), 발단(Beginings)’ 등 총 4개의 부(部)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소설의 3단 구성요소로 일컬어지는 ‘발단, 전개, 결말’에서 가져온 것이리라 짐작된다.『열세 번째 이야기』가 한 권의 소설이자 세상 모든 이야기의 욕망을 담은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 집합체임을 작가는 형식을 통해 단적으로 보여준다. 나아가 ‘발단’에서 시작하여 ‘발단’으로 회귀하는 구성은 결코 끝나지 않는 이야기의 속성을 보여준다. 3대를 관통하는 앤젤필드 가문의 어두운 진실과 18세기부터 21세기의 영국을 생생히 담은 필력 덕에 『열세 번째 이야기』는 팬들로부터 ‘현대판 고딕 고전’이라고 불렸다. 출간 10주년을 맞아 비채 ‘모던&클래식’ 시리즈로 전면개정된 『열세 번째 이야기』는 번역가 이진이 수 개월에 걸쳐 번역문을 수정하고 문장을 농밀하게 다듬었으며 편집부에서는 보다 오늘의 어법에 맞게 편집하였다. 이야기의 매혹을 선사하고자 한 작가의 의도를 드러낸 부(部) 제목 역시 원문과 동일하게 되살렸다. 이진은 ‘개정판 옮긴이의 말’에서 “아름다운 이야기는 어떤 시대 어떤 여건에서도 살아남는다는 희망의 증거인 것 같아 가슴이 벅차오른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하나의 이야기가 태어나 오랫동안 사랑받고 다시 누군가의 이야기가 되는, 가슴 벅차게 아름다운 순간을 놓치지 마시길. 출간도서 보도자료 작성 기사 ⑩ 도서명: <당신의 정원 나무 아래> 저자: 프레드 바르가스 저/양영란 역 출판사: 비채 출간일: 2016년 9월 29일 지난밤 정원에 심긴 너도밤나무가 보내는 죽음의 경고! “소피아, 네 죄를 기억하니?” 프랑스 미스테르 비평가상 / 영국 CWA 대거상 / 일본 본격미스터리 BEST10 “피에르, 마당에 나무가 한 그루 있어요.” 은퇴 후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유명 소프라노 소피아. 그녀의 평화로운 일상은 정원에 나타난 나무 한 그루로 깨져버린다. 정원사도 가족도 심은 적 없는 나무, 그리고 유독 소피아에게만 느껴지는 죽음의 냄새. 불안의 근원을 찾기도 전에 소피아는 실종되고 마는데……. 영국추리작가협회(CWA) 대거상을 비롯해 예술의 본고장 프랑스에서 미스테르 비평가상을 받았으며 일본 본격미스터리 BEST10 선정작을 동시에 거머쥔 『당신의 정원 나무 아래』가 다시 한 번 한국 독자를 찾는다. 작가의 또 다른 대표 시리즈인 ‘복음서 저자들’의 첫 권으로 개성 가득한 인물들의 소개와 그들이 사건에 빠져드는 과정이 담겨 더욱 흥미롭다.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불길한 예감과 반전은 처음 프레드 바르가스를 만나는 독자마저도 푹 빠지게 만들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정원에 나무 한 그루가 나타났다. 그리고 내 곁을 맴도는 불길한 징후들… 어둠 속으로 사라진 저주의 알리바이를 찾아라! 고급 저택에서 은퇴 후의 한가로움을 만끽하는 소프라노 소피아. 어느 날 아침, 정원에 나타난 어린 너도밤나무를 보고 불안을 감추지 못한다. 반면 남편 피에르는 괜한 소동을 부리지 말라며 짜증을 부린다. 소피아는 이웃에 이사온 마르크, 마티아스, 뤼시앵(일명 ‘복음서 저자들’)과 전직 형사 방두슬레, 믿을 수 있는 친구 쥘리에트 등 주변 사람에게 고통을 호소하지만 진실을 알기도 전에 실종되고 만다. 그리고 10여 일 후, 소피아로 추정되는, 불에 탄 시체가 발견된다. 강력계 형사인 르게넥이 적극 조사에 나서면서 남편 피에르와 조카 알렉상드라, 쥘리에트의 남동생, 소피아의 아버지 등이 용의자 선상에 오른다. 이들이 각각 알리바이를 주장하는 가운데 중요한 증인 동피에르가 나타난다. 하지만 다음 순간, 동피에르가 칼에 찔려 사망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오는데…. 『당신의 정원 나무 아래』는 심은 적 없는 나무의 출현으로 시작되어 소피아의 실종사건과 생존 여부, 스토커의 정체 등을 다루면서 스릴 넘치게 전개된다. 무엇보다도 생명력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는 나무가 ‘죽음의 메신저’로 화한 점이 새롭다. 심긴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호흡과 유기질, 무기질이 오가는 나무. 어디에나 있는 나무는 때로 우리 모두의 목격자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나무는 가장 효과적인 ‘경고장’인지도 모른다. 여기에 촘촘하고 탄탄한 구성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기존 프랑스 소설이 심오한 주제와 깊은 사색의 매력을 자랑했다면, 『당신의 정원 나무 아래』는 한 편의 할리우드 스릴러를 보는 듯한 속도감과 쾌감을 선사한다.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과 이를 반박하는 알리바이가 교차되는 동안 독자는 다른 생각을 할 겨를마저 일어버릴 것이다. 어쩌면 무표정하게 추리극을 이끌어가던 작가는 결말이 드러난 뒤에야 슬며시 입꼬리를 올리지는 않았을까. 롱폴을 창시한 프랑스 추리 문학의 여왕 프레드 바르가스! 그녀가 ‘복음서 저자들’과 함께 돌아왔다! 전세계 45개국 번역, 1000만 부의 판매고를 자랑하는 프레드 바르가스. 그녀의 소설은 ‘롱폴(ROMPOL)’이라는 애칭이 붙었을 정도로 자국인 프랑스는 물론 전 유럽과 영미권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추리 문학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일본에서도 『당신의 정원 나무 아래』 외 여러 권이 번역되어 대중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당신의 정원 나무 아래』는 2006년, 영어로 번역된 추리 소설 중 수작을 선정, 2만 파운드(한화 약 2,900만원) 가량의 상금을 수여하는 ‘CWA 인터내셔널 대거상’ 수상작이다. 프레드 바르가스는『당신의 정원 나무 아래』 외에도 비채에서 출간된 『트라이던트』와 『죽은 자의 심판』 등을 통해 같은 상을 네 번이나 수상하여 국제적인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당신의 정원 나무 아래』의 원제는 ‘Debout Les Morts(죽은 자들이여 일어나라)’로, 지난 2008년 한 차례 번역 출간되어 독자의 사랑을 받은 바 있다. 비채에서는 8년 만의 재출간을 맞아 원서대조를 통해 번역을 가다듬고 오늘의 독자에게 맞도록 문장과 표현을 세심하게 다듬었다. 특히 ‘복음서 저자들’의 번득이는 재치와 우스꽝스러운 대화를 생동감 있게 살렸으며, 문장의 호흡을 조절하여 원문의 긴박감을 강조하였다. ‘죽은 자들이여 일어나라’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전사자들이 무더기로 나오자 그 죽음을 애도하면서 자주 쓰이던 표현이다. 이는 소설에서 탐정 역할을 하는 마르크, 마티아스, 뤼시앵이 역사학자로서 자랑하는 배경지식과도 맞물려 있다. 프레드 바르가스는 프랑스 국립과학원(CNRS)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중세 전공의 고고학자로 일했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담겨 있는 지식, 고풍스럽고도 재치 있는 등장인물, 그리고 ‘아담스베르그 시리즈’(『죽은 자의 심판』과 39번째『트라이던트』는 바르가스의 또 다른 매력적인 캐릭터, 파리 강력계 형사 아담스베르그와 끔찍한 살인마와의 대결을 다룬 시리즈이다. 바르가스는 자신의 분신인 형사 아담스베르그를 등장시켜 『죽은 자의 심판』에서는 1777년 ‘죄 짓고도 벌받지 않은 자는 처벌을 받는다’라는 철칙으로 예고 살인을 행하는 ‘성난 군대’를 좇고, 『트라이던트』에서는 삼지창으로 살인을 행하는 ‘놈’을 신참 형사 때부터 40년 동안의 대결을 지속한다)를 비롯한 굵직한 시리즈들을 내놓으며 단기전이 아닌 장기전을 향한 은근하고 끈질긴 집필을 계속해온 작가만의 필력은 이러한 원천에서 온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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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회복 프로그램>에 참여하세요. 우리에게 이제 개인의 삶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누굴 팔로우 하는지 그 누구는 당 신을 또 팔로우하고 있는지. 그 사람과 당신의 관계는 어떤지. 우리는 걸으면서도 모르는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해야 합니다. 눈치를 살펴야 하죠. 특히나 사랑하는 사람과 싸운다면, 헤어지거나 관계가 좋아질 때까지 그들이 누가 잘못했는지에 대해 공방을 벌일 것임은 이젠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그게 이상한지도 모르고 받아들이는 단계까지 너무 빠른 시간 안에 우리는 적응을 해버렸습니다. 공감하시나요? 당신을 욕하는 사람들이 무섭나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싶지 않을 겁니다. 두 달 만이라도 오로지 상대방만을 생각해보세요. 관계의 홍수에서 벗어난 고요한 방에서 이루어지는, 여러분을 위한 ‘관계 회복 프로그램’입니다. ① 참여하는 두 사람은 각각 다른 호텔에서 두 달간 따로 떨어져 지내게 됩니다. ② 호텔은 각각 강릉과 여수에 있습니다. ③ 방의 색깔은 참가자 맞춤입니다. 상대방과 상의하여 하나의 색을 고르세요. ④ 일주일에 한 번 영상통화 시간을 5분 동안 가지게 됩니다. ⑤ 개인 통신기기는 모두 반납이고, 영상통화 외에 모든 연락수단이 차단됩니다. ⑥ 직장과 상의가 된다면 언제든 관계를 위한 여행을 떠나세요. 증거는 남겨드립니다. ※ 문의: SNS ‘관계회복프로그램_official’ 2030년 1월 11일 금요일 프로그램 주최자 김진욱 그, 강릉. 호텔 앞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렸을 때 그는 바로 스마트폰을 종료시켜야 했다. 그게 규칙 이었다. 미리 보기 창에 그녀의 ‘사랑해’라는 메시지가 보였지만 답장할 수 없었다. 제때 스마트폰을 제출하지 않아 호텔 관리자가 질책하고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게 될까 두려웠다. 그는 오 늘 첫 영상통화의 시작이 그녀의 불만부터일 것을 직감했다. 호텔 관리자의 안내에 따라서 그는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줄을 서 이동했다. 호텔에 들어서자 오랜만에 ‘적막’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복도에 모여 있는 동안 관리자가 한 명씩 방을 배정 해주었다. 그는 사람들이 각자 다 다른 색깔의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자신도 오로 지 초록색으로만 이루어진 방에 들어가게 되었다. 방에서는 복도에서보다 더한 적막이 울려 펴졌 다. 관리자가 문을 닫고 나가자 순간순간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한가운데에 서 있는 뻘쭘함을 극복하기 위해 그는 방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정육면체로 이루어진 방은 사실 구경할 게 없었다.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 커다란 화면, 그리고 앉을 수 있는 의자. 또 잠을 잘 수 있는 침대와 이불, 베개 등이 끝이었다. 그는 작은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에겐 생각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니 고마운 프로그램이지만, 정말 두 달간 회사를 안 나가도 되는 것일까. 자신의 몫까지 취재할 거리가 두 배 늘은 후배의 욕이 텍스트로 눈앞에 아른거렸다. ‘하여간 도움 안 되는 새끼.’ 그래도 회사 속 그의 지위를 받쳐주고 있던 건 영화감독이라는 그녀의 존재 덕분이었다. <아버지의 바다를 벗어나며>라는 첫 연출 영화로 독립영화제에서 세 번 정도 수상한 신예 감독. 그리고 그녀의 남자친구인 자신. 그는 어릴 적부터 꿈만 꾸었던 영화계에 정말로 발을 들이게 되었다는 착각 속에 행복했다. 스마트폰의 스크롤을 올리고 내리듯 자신의 손가락이 허공에서 움직이고 있음을 의식한 그는 겨우 다시 현실을 볼 수 있었다. 반드시 그녀를 잡아야 했다. 프로그램이 끝나는 날, 7월 1일, 우리의 2주년. 떨어져 있는 이 시간만 잘 버티면 우린 더 이상 떨어질 수 없겠지. 저녁 8시, 즉 영상통화 시간이 있기 전까지 참가자들은 자유롭게 호텔 여기저기를 돌아다닐 수 있었다. 대부분 낯선 사이였겠지만 그들은 방문을 열자마자 바로 옆방 사람에게 자신의 방에 대 한 감상을 늘어놓았다. 그 역시 오른쪽 방에서 나온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여자였는데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여자는 눈이 커지더니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돌아섰다. 그는 여자가 보라색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화나기도 하고, 낯설지 않은 모습이라 놀라기도 했다. 또 두 달간 말을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생기긴 할까 싶어 걱정되었다. 5분 대기조처럼 사람들은 영상통화 시작 시각 5분 전에 각자의 방 의자에 착석한 상태로 있었다. 누가 명령한 것도 아니지만 약속한 듯 그랬다. 그 역시 7시 55분부터 화면을 똑바로 보고 앉아 시간이 가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즈음부터 아침에 종료시킨 스마트폰이 계속 신경 쓰였다. 분명히 이모티콘 하나라도 답장하는 게 나았을 거야. 엄청나게 화나 있을 거야. 어쩌지. 초침보다 빠른 속도로 그의 다리가 떨렸다. 정확히 8시에 화면이 번쩍였다. 그 번쩍임에 맞춰 저도 모르게 눈을 깜빡이자 화면에 커다랗게 그녀가 나타났다. 그는 침을 꼴깍 삼키면서 지금껏 이렇게 커다란 그녀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는 것을 의식했다. 걱정과 달리 그녀는 웃고 있었다. 두 사람은 잘 도착했는지, 방이 너무 기괴하지는 않은지부터, 적막이라는 단어가 기억날 줄 몰랐다는 얘기, 얘기 나눈 사람이 있는지 또 어떤 사람인 거 같은지에 대한 말들을 나누었다. 그는 걱정만 가득했던 마음을 덮어쓰는 기분이 들고 있음을, 이렇게 잠깐씩 그녀를 보면서 두 달을 내리 버텨야 함을 느끼고 왠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리고 5분은 예상만큼 금방 지나갔다. 화면이 꺼지기 직전까지 그녀가 웃는 모습을 본 그 는 하루가 무사히 지나간 듯했다. 다음 영상통화가 있을 일주일 후까지 또 잘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낯선 방. 호텔 전체가 소등되었지만 초록색 방은 여전히 낯선 방이었다. 심지어 그 초록색이 어두운 곳에서도 보이는 듯했다. 그리고 밝을 때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방안에는 출처 모를 물소리 가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것은 파도 소리에 가까웠다. 그것 외에 방 안 어느 것도 소리 내주지 않았기에 그는 자연스레 그 소리에 정신을 뺏겼다. 덕분에 첫날은 기분이 괜찮음에도 불구하고 잘 수 없었다. 다음날 다시 잠들 즈음에야 불면의 이면에는 파도 소리뿐만 아니라 불안함이 존재하고 있음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유일하게 말을 걸어봤던 여자는 보이지 않았고 덕분에 자신감 이 더 없어져 누구에게도 말을 걸지 못했다. 그는 일주일 동안 혼자서 진정되지 않는 기분, 불안 함이라고 확신되는 그 기분을 혼자서 느끼고 있었다. 2주차 영상통화 시간이 찾아오면 얼른 그녀에게 그 존재를 말해주고 싶었다. 이번에는 웃지 않았다. 아니 그녀는 열심히 웃고 있었지만 그의 눈은 그녀의 가죽 너머 웃지 않고 있는 그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는 말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통화 종료시각이 다가올수록 그는 초조해졌다. 결국 웃지 않는 이유에 대한 대답을 듣지 못했고, 한 주간 붙어 다닌 불안감에 대해 얘기는 하지도 못했고, 오히려 그 불안감이 방의 거의 한 면을 차지하는 검은 화면 만큼이나 더 커진 것 같았다. 통화 종료 후 30분 동안 그는 얼굴이 붉어진 채로 커 다란 검은 화면 밑 부분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차마 고개를 들어 그것과 똑바로 대면할 수 없다는 듯. 그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약속 장소랄 것은 별 게 없었다. 어차피 호텔 영역 밖으로 나갈 수 없으니 그와 보라색 방 여 자는 바다가 보이는 테라스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호텔 안에 식당, 카페, 코인노래방 등이 갖춰진 것이 신기하면서도 다행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덕분에 자스민 차를 마시며 차분하게 보라색 방 여자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여자는 한여름에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모자와 마스크를 벗는 것에 뜸을 들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보다 여자가 더 불안해하는 것 같았다. 손이 커피잔 과 모자, 마스크, 머리카락 사이를 수시로 오갔다. 자스민 차를 반쯤 마셨을 때쯤 모자와 마스크를 그대로 쓰고 있었지만 그는 여자가 누구인지 알 것만 같았다. 오래된 사내 커플에게 사람들은 왜 결혼하지 않는지 물어보았다. ‘곧’ 정도가 그들의 답이었다. 그가 기자 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여자는 다른 영화 잡지의 필진이었고, 커플인 남자와는 선후배 사이였다. 여자가 선배, 남자가 후배. 영화 시장이 좁아지면서 영화 잡지들은 협력을 도모했고 덕 분에 그는 여자, 남자와 안면을 트게 되었다. 여자는 항상 걱정이 많고 급해 보였고, 남자는 항상 차분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여자는 과거에 자해하는 버릇이 있었는데 남자 덕에 고칠 수 있었다 고 했다. 그리고 여자는 남자의 상태를 잘 파악했고 필요한 것이면 약이든 음식이든 항상 잘 챙 겨줬다고 했다. 두 사람의 상성은 굉장히 잘 맞아 보였다. 오랜 기간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그들 은 커플들의 커플이었고, SNS상에서도 스타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그중 여자가 ‘관계 회복 프로 그램’에 참여해 그의 앞에 앉아 있었다. 여자는 그가 자신을 알아봤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부러움을 사는 커플이 왜 프로그램에 참여했는지도 알고 싶었지만, 그보다 자신 커플의 문제점을 더 얘기 하고 싶었다. 그러나 여자가 그걸 원하지 않을 것 같았고 다음에 말할 것이라 마음먹었다. 그녀는 2주차 영상통화에서 웃지 않은 이유를 여전히 말해주지 않았지만, 3주차, 4주차 영상통화는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그도 더 이상 그 이유에 관해 묻지 않았다. 일주일 동안 본인 이 밥도 못 먹고 침대에 누워 있기만 했을 정도로 가졌던 불안했던 감정은 그냥 그대로 넘기기로 했다. 사실 이후에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지만 4주차 영상통화가 끝나고 나서는 그나마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의외로 한 달이 빨리 지나갔다는 느낌이 들었고 의외로 회사 일이 생각나지 않았다. 성격 더러운 감독과 배우를 만나 열등감 가득한 인터뷰를 하는 것보다는 나름 괜찮은 일상이었다. 보라색 방 여자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 건 4주차 영상통화 바로 다음 날이었다. 반바지 아래로 걸쳐진 오른쪽 허벅지가 보라색으로 상기된 것이 눈에 띄게 보였고,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 갑자기 그에게 결국 남자가 헤어지자 했다고, 진실로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는다 했다고, 그런 데 자신은 남자가 원하는 건 뭐든지 같이 가주고 사줬고 그래서 억울하다는 얘기를 했다. 그때 즈음부터 다시 파도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호텔에서 사람들은 소란스럽게 자신의 얘기를 늘어놓았지만 시선은 항상 먼 곳에 던져두었다. 언제라도 떠날 수 있는 준비를 해놓듯. 파도 소리와 대화를 시도하듯 하면서 그는 하룻밤을 새웠다. 보라색 방 여자는 다음 날 저녁에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그는 테라스에서 캐리어를 끌고 관리자의 안내에 따라 호텔을 나서는 여자를 봤다. 여자는 울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큰소리로 욕을 뱉었다. 테라스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호텔 관리자가 수화기를 내려놓자 그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커다란 하얀색 종이, 커다란 빨간 색 종이, 스케치북, 가위, 풀, 네임펜, …. 관리자는 그가 요구하는 물건들을 별말 없이 들으며 컴퓨터에 그대로 입력했다. 그것을 프린트하여 그에게 확인과 서명을 받은 관리자는 점심때까지는 가져다주겠다며 그를 돌려보냈다. 그는 A4 용지 한 장과 펜을 먼저 받아 방으로 들어갔다. 이벤트 진행 순서 1초 ~ 5초 : 화면 밑에서 하트 캐릭터 등장 시키기 6초 ~ 15초 : 하트 캐릭터가 인사한 후 다시 화면 밑으로 사라지기 16초 ~ 30초 : 내가 화면 밑에서 나타나 인사하기 “이벤트를 준비했어!” 31초 ~ 1분 30초 : 스케치북 1장 ~ 6장 각 10초씩 ‘우리의 만남(영화제), 사귄 첫날(어디더라‥? 생략!), 평생을 약속한 날(바닷가), 싸우게 된 우리, 프로그램에 열심히 참여하는 우리, 행복한 결혼’을 그린 그림들 보여주기 1분 31초 ~ 2분 40초 : 화면 크기로 길게 늘어뜨린 하트들(밧줄처럼!)로 화면에 자체 레터박스 만들기(빳빳하게) 2분 41초 ~ 3분 59초 : <아버지의 바다를 벗어나며> (내 기준) 명대사/명장면 3개 따라 하기(‘명 대사: 돛을 자신 있게 올리고 바다를 향해 떠나며 돌아온다고 했던 그 사람은 결국 돌아왔던 가?(32초)’, ‘주인공이 바다에서 배영으로 헤엄치며 가만히 떠 있는 장면(15초)’, ‘주인공이 멍하니, 오랫동안 화면을 응시하는 장면(31초)’) 4분 ~ 4분 30초 : “(차분하게, 웃으며) 누나,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우리 잠깐 또 힘들겠지만 잘 버텨내 보자. 이제 반도 안 남았어. 아무것도 없는 날 믿어줘서 고마워. 나도 누나 언제나 믿을게. 우리 싸우는 거 대부분 내 탓이 컸던 것 같아어.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된 것도 말이야. 앞으로도 오늘, 지금처럼 잘할게. 사랑해! 나 이제 진짜로 사람들이 뭐라든 신경 쓰지 않아!” 4분 31초 ~ 4분 59초 : 웃으며 반응 살피기 그는 열심히 움직이는 와중에도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이벤트 진행 자체는 5일간 연습을 거듭 한 덕분에 잊어버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그녀의 표정이었다. 통화시간 2분 30초 정도까지는 그녀가 웃고 있었다. 그러나 그 시간을 넘기니 점점 웃음기가 사라졌다. 정확히는 입으론 웃고 있지만, 왠지 ‘척’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눈 물을 흘려줄 것이라 기대했던 이벤트 피날레 부분, 차분하게 웃으며 얘기한 고백 부분에서 그녀 는 겨우 척을 지속하며 박수를 칠뿐이었다. 4분 58초까지 입술을 떨며 웃음을 유지해보아도 4분 59초에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진 그녀의 얼굴을 그는 봐야만 했다. 그녀, 여수. 이렇게 먼 거리였어? 그에게 당신이 더 바쁜 사람이니 강릉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호기롭게 얘기했다. 그녀는 버스 에 타고 3시간 만에 그 말을 잠시 후회했다. 나쁜 감정이 오래가게 두고 싶지 않아 ‘사랑해’라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답장이 없어 더 후회하게 되었다. 더 이상 멀미를 참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느꼈을 즈음 겨우 버스에서 내릴 수 있었다. 다른 참가자들이 스마트폰을 다 제출하고 자신만 기 다리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혹시나 그에게 이모티콘 하나라도 오지 않을까 기대하며 뜸을 들였다. 아버지와 비슷한 나이일 것 같은 관리자가 언질을 주고 나서야 그녀는 스마트폰을 천천히 종료시켰다. 그녀는 왠지 초록색 방이 무서웠다. 이 색깔을 선택한 그가 옆에 있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파도 소리의 리듬에 맞춰 하게 되었다. 잠깐 그런데 이 파도 소리는 뭐지. 그녀는 방 안에서 울리 는 그것에 귀가 먹먹해지는 줄 모르고 집중했다. 이 방 어딘가에 스피커가 있나. 아닌데. 환청인 가. 아니면 그냥 밖에서 들리는 소린가. 바다가 그렇게 가깝지는 않았던 거 같은데. 정체불명 파 도 소리에 대해 그와 의논해보고 싶었지만 정작 그는 없었다. 이제는 다시 파도에 대해 신경 쓸 수 없게 되었다. 대신 그가 스마트폰을 완전히 종료시키면서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지 고민 하게 되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고민은 늘 혼자서 해왔듯 힌트가 없었다. 방 밖에서 소란스러운 참가자들의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녀는 화면 앞 의자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적응이 필요했다. 그를 마주했을 때 답장을 왜 안 했는지를 물을지 말지가 가장 중요했다. 지금껏 모든 싸움의 전초가, 심지어 이런 프로그램에까지 참여하게 된 원인이 본인의 예민함 때 문이라 느껴졌다. 식은땀이 흐르고 불안해지자 그가 옆에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 다. 꺼진 검은 화면은 그런 그녀에게 더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왔다. 아무 말 없이 노려보는 아버지의 눈이 정수리를 누르는 것 같았다. 왜 아직 그 인간에게서 벗어나지 못했지. 반드시 강릉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치명적 단점을 가진 그를 잡아야 했다. 그녀 자신과 영화를 동시에 사랑해준 사람은 그가 유일했기 때문이다. 그래, 그 사람이면 같이 나가 살기에 충분하다. 매번 욕 을 하며 나를 믿지 않는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기에 충분하다. 프로그램이 끝나는 날, 7월 1일, 우리의 2주년. 떨어져 있는 이 시간이 정말 우리를 더 떨어질 수 없게 만들어 주는 거겠지? 그는 역시 답장하지 않은 것을 사과하지 않았다. 그래도 얼굴을 봐서 좋아 모르고 실실 웃은 자신이 짜증 났다. 두 달이라는 시간은 다시 생각해봐도 무리고 막막했다. 하지만 중간에 포기할 수는 없었다. 스마트폰을 켜면 사람인지 기계인지 모를 익명들의 욕과 관심이 가득할텐데. 헤어 질지 말지 고민을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반드시 헤어질 게 분명했다. 당사자 의사와 상관없이 주변 사람들과 낯선 사람들은 그들의 관계를 믿지 못하고 손가락질할 준비가 늘 되어 있었다. 불안감, 이 감정을 느끼고 있기나 할까. 며칠을 같은 생각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상대방과 어떤 얘기를 나누고 있을까. 서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알고 있을까. 영상 통화가 있을 월요일이 가까워져 오는 토요일 밤, 그녀는 그제야 겨우 다른 사람들과 얘기를 나눠 보고 싶어졌다. 누구에게 말을 걸어보는 게 좋을까. 다들 나 빼고 친해진 것 같던데. 아. 한 명 아닌 사람이 있구나. 눈에 띄게 모자와 마스크를 쓴 사람을 그녀는 생각해냈다. 다른 참가자들에 게는 사실 눈길이 가지 않았지만 그럴 수 없는 남자가 있었다. 시끄러운 사람들 속에서 굳이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다니는 사람이었다. 얼핏 그 사람이 방에 들어가는 것을 봤는데 바로 옆방이었고, 보라색 방이어서 적잖이 당황하기도 했다. 입을 가린 사람이 보라색에 묻히는 걸 보니 신비 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두려웠지만 그녀는 혹시나 내일 그 남자를 본다면 말이라도 걸어봐야겠다 싶었다. 어쩌면 서로에 관한 얘기뿐 아니라 영화에 좋은 소재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짧은 생각에 오랜만에 설레었다. 영화 소재로서 매력을 가질 이야기는커녕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다. 남자는 그녀에게 대답하면 서도 눈길을 피하고 있었다. 왜 이곳에 온 것인지, 상대방과 얘기는 잘 돼 가는지 등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그녀를 싫어한다기보다는 말을 아끼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이야기라도 할까 싶었지만 그녀 자신도 말을 아끼고 있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리고 왠지 남자가 그녀 자신을 알아봤다는 느낌이 들어서 더 말을 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 인사만 하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겨우 일주일. 그뿐이라고 달랬지만 역시 생각보다 긴 시간이었다. 이번에도 지난주처럼 웃고 싶었지만 입꼬리가 올라가지 않았다. 그의 표정에서 긴장감이 느껴졌다. 무엇인가를 말하고 싶지만 못하는 듯한, 입술이 앞니가 살짝 드러날 만큼 벌어졌다가 다시 막을 내리는 장면이 반복됐다. 방 의 한 면을 거의 다 차지하는 커다란 화면에서는 안 보려고 해도 보였다. 의외로 이게 효과가 있는 걸까. 반복하면 언젠가 저 사람도 더 크게 입을 벌려 본인의 속을 보여줄까. 그녀는 3주차 영상통화에서도 웃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보라색 방의 남자가 모자와 마스크를 벗은 채 그녀의 방 문을 두드렸다. SNS 스타. 커플들의 커플. 그중 한 사람인 남자가 그녀 앞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런 커플도 싸우는구나. 싸워서 이곳에 들어온 거겠지. 예상대로 남자는 그녀가 누군지 알고 있었고 그녀 역시 남자의 직업이 영화 잡지 기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SNS에서는 그 사람이 무슨 일 을 하는지 쉽게 알 수 있으니까. 그녀가 남자를 빤히 신기하게 보고 있는 동안 남자는 약속을 요 구했다. 자신은 웬만한 사람들이 얼굴을 아는 상태이니 지금부터 하는 말을 비밀로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믿어도 된다는 말을 하며 똑바로 남자의 눈을 쳐다보았다. 남자는 알겠다며 살짝 웃어 보이고는 다시 웃음기를 싹 감췄다. 그녀는 남자의 입을 통해서 나오는 유명한 커플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남자의 연인인 여자는 모든 것을 다 주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정작 필요한 것 남자가 원하는 것에 대한 지원은 주지 않았다. 남자는 영화 기자 말고 다른 직업을 원 했다고 했지만 이즈음부터 무슨 말을 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녀는 이야기를 듣는 동시 에 자신의 남자친구인 그가 강릉 호텔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상상해보게 되었다. 친해진 사람이 있을까. 무슨 얘기를 할까. 잠깐. 혹시 내 욕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4주차 영상통화. 그녀는 그가 혹시 자신을 욕하고 다니지는 않는지 의심하고 있었다. 감정을 최대한 억눌렀는데 그는 평온해 보였다. 그것 때문에 또 화가 났다가 이틀 뒤 보라색 방 남자가 호텔을 떠나는 것을 보자 생각이 바뀌었다. 저렇게 쉽게 헤어질 수 있는 사람들이었던가. 남자는 불만을 여자에게 제대로 말해주었을까.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게. 순간 그녀는 그에게 미안한 마 음밖에 들지 않았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텐데.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던 내 잘못이야. 4일 하고 23시간 54분이 남았다. 무엇이든 하고 싶었다.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것, 지금 통신수단이 없는 이 호텔 안에서 그에게 줄 수 있는 것. 그녀는 1층 로비로 뛰어갔다. 참가자들은 지금껏 본 적 없는 그녀의 모습을 당황한 채 보는 듯했다. 붉은색 편지지. 초록색 방에 어울리지 않았지만 왠지 마음을 차분하게 집중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관리자가 가져다준 볼펜이 잘 나오는지 손바닥에 테스트해 본 후 눈을 감았다. 잡생각을 지우고 편지의 전체적인 구성을 짠 후에 쓰기로 했다. 우선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던, 프로그램에서 중도 하차한 보라색 방의 남자. 그리고 귀찮아하는 표정으로 편지지와 볼펜을 구해준 아버지를 닮은 관리자 등등. 그녀는 호텔 안에서부터 바깥까지 스쳐 지나간 모두를 지우고 오로 지 그와 자신만 생각하게 되었다. 무릎 위에 편지지를 평평하게 두고 연하게 글씨를 써내려 갔다. 쓰다가 또 멈추고 또 계속 써내려 갔다. 사랑하는 나의 주인공에게. 안녕. 이건 입으로 전하는 편지야. 일주일에 한 번 이렇게 얼굴 보는 거 힘들지만 덕분에 잘 버티고 있어. 힘들다가도, 그래도 늘 내 옆에 붙어 있어 주는 너 덕분에 내가 뭐라도 할 수 있는 게 아닐 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당연히, 생각이 나. 내 치부를 담았던 첫 영화에 취재를 나왔던 너가 해줬던 말. 사실 기자 가 할 말은 아니었지만, 자기 이야기 같았다는 말. 그 말이 뻔한 것 같으면서도 신기했어. 그게 가능 하구나. 어떤 작품이든 소통을 위해 만드는 거지만 난 정말 오로지 내 이야기만 담았었거든. 상을 받긴 했지만 난해하다는 욕도 많았지. 그런데 내 작품을 좋아해 준 너가 나라는 사람까지 좋아해 준 건 정말 엄청난 행복이었어. 지금껏 누구도 만나보지 못한 내가 연애를 하게 된다는 것도 말이야. 우리 그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곳에 온 거라고 생각해. 너도 그렇지 않아? 같은 마음이기를 바라. 같은 마음일 거라고 늘 생각했어. 있잖아, 솔직하지 못했던 거 미안해. 아무것도 모르는 너에게 웃지 못하는 표정으로, 아무 말도 없이 있었던 나를 용서해줘. 그 순간만큼은 원망해도 좋아. 이제 와서 이런 내가 뭔가를 부탁하는 게 웃기기도 하지만 용서와 같이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내 사랑. 난 너가 조금만 더 이런저런 말을 많이 해줬으면 싶어. 나와 눈 마주치지 못했던 거 답장 하지 않았던 거 어떤 것도 다 괜찮아. 정말이야. 그런데 싫은 건 싫다고, 좋은 건 좋다고 생각나는 게 있다면 말해줄래? 해보지 않아 힘들어서 느리더라도 천천히. 난 언제든 기다릴 거야. 늘 얘기 나누고 싶어. 우리 조금만 더 버텨서 이곳에서 당당하게 나가자. 그리고 다른 사람들 앞에 서도 눈치 보지 말고 같이 웃자. 우린 우리가 제일 소중하잖아. 그치? 항상 고맙고, 언제나 많이 사랑해. 평생 함께 있어 줘. 2030년 6월 25일 화요일 주인공을 기다리는 저녁, 너의 파트너. 화면을 바라보며 이미 다 외워버린 편지를 천천히 소리 내어 읽어보았다.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살며시 웃으면서 입을 움직이니 화면 위에 글이 사각사각 써지는 듯했다. 저녁 7시. 언제나처럼 그녀는 다른 참가자들보다 훨씬 일찍 의자에 앉아 검은 화면을 응시했다. 대체 어떤 말을 하면 좋을까. 밤 9시 7분 소등 된 방 안, 그녀는 꺼진 화면 앞에 앉아 여전히 생각하고 있었다. 한숨을 얕게 쉬려고 노력하면서. 다음 주 통화 때라도 편지를 읽어야 하나. 그러기에는 이미 지나간 감정일 거 같은데. 왜 내가 말할 시간을 주지 않은 거지. 그녀는 파도 소리를 집중해 들어보았다. 그리고 그 리듬에 잠깐 집중했다. 그 사람은 날 위해 이벤트를 해줬다.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래, 그러니까 이번에는 이해하고 넘어가자. 어쨌든 나쁜 의도는 진짜 아니었을 테니까. 그녀는 어둠에 적응된 눈을 통해 손안에서 구겨진 편지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준비한 편지를 없애기로 마음먹고 침대로 갔다. 누워 천장을 마주하자 다시 실망한 일들이 떠 올랐다. 솔직히 배려심이 조금 없긴 하잖아. 답장 한 번 하는 게 그렇게 어려웠나. 오늘도 혼자만 얘기하다 통화 시간 종료시키고. 꼬리를 무는 생각에 뒤척이다 그녀는 옆에 놓아둔 구겨진 편지 지를 모르고 툭 건드렸다. 문득 편지지를 구해준 호텔 관리자가 그럴 줄 알았다는 식으로 볼 것 같아 걱정됐다. 아니야, 그 사람은 날 위해 이벤트도 해줬고 웃는 것도 예뻐. 그리고 내 영화도 잘 이해해주잖아. 그녀는 그의 배려심 없는 모습들을 자신을 향해 웃어주는 얼굴들로 덮어가는 중이었다. 전선이 연결되어있다고 해도 특정 시간이 아니면 켜지지 않는 영상통화 화면을 어두운 호텔 방 안에서 열심히 두드렸다. 갑갑함과 막막함이 먼저 앞을 막고 있어서인지, 관리자가 와도 이제는 별거 아니라고 느껴졌다. 그렇지만 파괴적인 행동은 결국 멈춰야만 했다. 이 장치가 부서진다면 일주일이 훨씬 지나도 그와 통화할 수 없겠지. 지난 일주일을 모두 쏟아 부어 열심히 준비한 편지의 존재조차 관심을 가져주지 않은 그가 정말 원망스러웠다. 그들. 돛을 자신 있게 올리고 바다를 향해 떠나며 돌아온다고 했던 그 사람은 결국 돌아왔던가? 검은 화면. 참여한 사람들 이름이 하나둘 나오면서 서서히 다른 화면이 나온다. 누군가 어두운 바다 위에서 잠을 자고 있다. 주인공이다. 그 사람은 파도에 몸을 맡기고 배영하는 자세로 떠 있다. 그리고 꿈을 꾸고 있다. “저기 반대쪽 섬은 잘 보이니까 늘 볼 수 있어.” “그래도 너무 멀잖아. 목소리도 안 들리고.” “아이참, 웃는지 우는지도 보인다니까?” “그래 알겠어. 어쨌든 빨리 올 거지?” “당연하지. 얼마 안 걸릴 거야.” “벌써 보고 싶은걸.” “애틋함을 느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 거야.” “알겠어. 얼른 돌아와.” “꼭. 곧.” 삐잉-. 조심스럽게 메시지를 확인했다. ‘언젠가는 다시 바다 보러 부산 놀러 가자’ 더 이상 영화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래도 가정폭력 아버지에게서 벗어나려 가족을 두고 떠난 주인공이 결국 돌아가지 못한다는 결말을 이미 알고 있어서 괜찮았다. 대신 답장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됐다. 그리고 그 고민을 하는 시간 동안 상대방의 시간도 지나가고 있을 거라 느끼게 되었다. 메시지를 다시 확인하는 동안 짧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화면을 응시하는 주인공과 눈이 마주쳤다. 이미 잘못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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